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다음 주말부터는 계곡과 해수욕장이 인파로 넘치고 캠핑족은 캠핑의 묘미를 즐길 것이다. 여름휴가 인파가 넘쳐나면 부진한 내수도 좀 진작될까? 그러고 보면 캠핑족 확산에 노동조합이 기여한 몫이 적지 않다. 전국 곳곳에서 노조를 지키기 위해 사시사철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며 고단한 캠핑을 하는 곳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반적인 캠핑의 수준을 넘어 캠핑카(?)의 묘미까지 즐기는 노조 농성장도 있다. 바로 광주 하남산업단지 7번 도로에 있는 현대비앤지스틸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용 캠핑카’다.

 이들은 지난 5월 중순부터 1톤 트럭 위에 천막을 설치해 농성을 하고 있다. “처음에 땅에 천막을 쳤는디, 고정돼 있으면 `불법건축물’이라 철거해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차 위에 천막을 올렸어요.” 박형열 금속노조 현대비앤지스틸분회장은 캠핑카에서 살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로 본사가 창원에 있다. 광주공장은 자동차 엔진블럭용 주형과 부품을 만든다. 정규직은 공장장과 창원 본사에서 온 사무직 5명뿐이다. 생산직 130여 명은 전부 코아월드와 코아정밀이라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다. “한 여름에 50도가 넘고 각종 화학물질 냄새와 가스 때문에 숨쉬기도 곤란하고 피부 발진이 생겨요. 너무 힘들어 신입사원은 대다수가 월급 받은 다음날 안 보여요. 채용 광고에는 연봉 2700만 원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든요. 잔업 해봐야 140만 원 손에 쥐어요.”

 현대위아 사내하청으로 있을 때는 정규직노조의 합의로 성과금을 받기도 했다. 2012년 현대비앤지스틸로 인수되면서 그 성과금마저 삭감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금속노조에 가입했지만 곧 복수노조가 만들어졌다. 회사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못살게 굴었다. 직책을 박탈하고 현장에선 모멸감을 주기 일쑤였다. 95명이던 조합원이 하나 둘 떠나 이제 16명 남았다. “노조 그만두는 날이 사직서 쓰는 날” 이라며 잘 버티던 선배도 며칠 전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박분회장은 지난 6월 중순 해고됐다. 부분회장은 질병휴직을 냈다가 만료돼 복직을 신청했다. 헌데 회사는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노조를 인정받고 복직하더라도 기껏해야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 그런데 왜 싸우고 있을까? 이유는 하나다. “우리의 요구가 정당하잖아요.”

 이처럼 비정규직의 정당한 요구조차 짓밟고 있는 현대비앤지스틸 경영성과는 어땠을까? 영업이익은 2012년 175억 원에서 449억 원으로 2.5배 이상 뛰었다. 주주총회에서 승인 받은 등기이사 4명의 연봉은 50억 원이다. 하청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등골을 빼먹으며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과 조카인 정일선 대표이사 등 재벌일가의 곳간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비정규직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는 내부 회복이 어렵다”며 “임금이 받쳐줘야 한다”고 밝혔다. 옳은 지적이다. 노동소득분배율이 1997년 75.8%에서 2011년 68.2%로 7.6% 포인트나 하락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문제와 임금개선 무엇으로 시작할 것인가? 300명 이상 대기업 노동자는 1998년 82만 명에서 2010년 65만 명으로 17만 명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노동자는 171만 명에서 228만 명으로 57만 명이 나 증가했다.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절반이다. 그런데 2012년 말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3%이다. 이 가운데 84.7%가 대기업이고 중소기업 노조 조직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노동조합이 해법이 될 수 있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여 그들이 정당한 요구를 찾을 수 있다면 임금을 개선하고 불평등 구조를 바꿔 나갈 수 있다. 3백만 명이 넘는 캠핑족이 있듯 3백만 명이 넘는 중소영세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면 내수 부진 고민은 단박에 풀 수 있다. 노조를 탄압하는 부당노동행위가 바로 잡혀 현대비앤지스틸 하청 노동자들이 캠핑카 농성이 아니라 산과 바다로 나가 온전히 캠핑을 즐길 때 말이다. 내수 부진 해법은 바로 이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조합을!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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