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필요최소한의 학습정보만 담기 위해 ‘학습환경 조사서’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부모의 출신학교와 학력·직업까지 적도록 필수 항목을 만들어 명시하고 있다. 학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가족 구성원의 출신학교와 학력까지도 쓰라고 하는 학교도 상당수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이런 개인정보를 묻는 건 인권침해라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지금까지도 고쳐지지 않는 건 엄연한 현실이다.

 필자도 소싯적 부모님의 출신학교와 학력을 요구하는 학교와 공개적인 자리에서 그걸 묻는 교사들이 있었다. 이런 정보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은 학력(학벌)과 인성은 비례하다는 생각을 하는 게 흔하다. 물론 이들이 통계적으로 잘 설명내리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고 인성이 바르게 되려면 결국 공부해서 대학 가라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곤 한다. 이처럼 문화는 항상 전위되기 마련인 것. 현세대 부모님들도 소싯적 대학 가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아왔기에, 학력과 인성의 상관관계는 부모세대를 넘어 전통처럼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최근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재지정을 촉구하는 학부모들도 자사고 유지 배경으로 학력과 인성을 내세우며 전통성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송원고 학생들은 인성이 귀족이다’ 문구의 시위피켓을 들었는데, 이는 자사고가 다른 일반고에 비해 대학을 잘 보내기 때문에 인성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제대로 따지고 보자면 대학을 잘 갔다고 해서 특별한 인성을 발견할 수 없고, 반대로 일반고라 해서 인성이 높다고도 규정지을 수도 없다. 인성은 그야말로 사람의 성품이다. 사람들마다 제각각의 성질과 성격, 됨됨이가 있는데 누가 우월하고 나쁘다고 볼 수 있겠는가. 이렇게까지 억지스런 논리를 피우는 것을 보면, 그동안 인성은 학력을 드러내기 위한 단순 포장역할을 해온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 뿌린 홍보물은 인성교육을 빙자한 학력주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수학능력시험 표준점수 1위라는 쾌거를 달성하였는데 인성과 학력이 조화를 이뤄냈다며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대로 학력이 좋다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인성을 거론한 것은 나름 이유는 있을 것이다. 그동안 보수층들이 학생인권조례, 혁신학교 등으로 인해 광주교육의 학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그동안 오해를 말끔이 털어내고 학력이 높다는 것을 입증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수능점수와 같은 학력을 드높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원들과 노력들이 있었는지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고백해야 한다. 0교시 수업이나 방과 후 학내 보충 자율학습을 제한하였지만, 여전히 대다수 학교들은 강압적으로 참여시키거나 자율적인 곳은 사교육으로 빠지고 있는 게 실정이다. 예를 들어 학기 초마다 학생들이 교육청 홈페이지로 자율학습 민원을 제기하거나,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올해 3.5% 높은 것은 이 상황을 절묘하게 증명하게 된다. 특히 대학입시설명회는 지난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달 개최하며 학력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공교육의 본래적 의미를 되찾기 위해, 민주인권평화 교육과 혁신학교 등 특성화교육도 병행하고 있지만, 소위 대학 잘 보내기 위한 입시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광주광역시교육청의 딜레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교육이 가야할 길을 말하지만 현실 앞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위 진보교육감 다수 당선되더라도 학력과 인성을 함께 키우겠다는 공약을 던지는 것을 보면 현실을 인정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학력을 위해 오직 입시에 매달려 살아가는 학생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궁극적인 대학입시 철폐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 자사고 재지정 요구와 반발에 휘말리며, 자사고 폐지에서 한 발 물러서는 광주와 서울교육감의 모습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그저 지금 진보교육감이 할 수 있는 것은 학력보다 인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고 보편화하는 것일 텐데, 우선적으로 인성이 ‘학력과 구별짓고 교육의 정치적 용어로 사용되지 않기’를를 소망해본다.

박고형준<학벌없는사회를 위한 광주시민모임 상임활동가>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