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저를 화장하여 (광양)제철소 1문 앞에 뿌려주십시오. 새의 먹이가 되어서라도 내가 일했던 곳 그렇게 가고 싶었던 곳 날아서 철조망을 넘어 들어가 보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내하청 EG테크 노동자인 양우권 씨가 남긴 유서의 마지막 구절이다.

 3년전 어느날 그가 덜컥 한 생각은 바로 현실이 됐다. 나아가 그의 생명까지 빼앗아 갔다. “복직이야 시키겠지만 정상적인 업무는 시키지 않고 또 얼마나 괴롭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인이 2012년 11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로 복직판결을 받고나서 덜컥 든 생각이었다. 2013년 1월15일자로 당시 해고상태였던 양우권에 대해 쓴 제 광주드림 칼럼(대법원 복직판결 무시한 박지만 회장)의 첫 문장이기도 하다. 그는 회사의 갖은 노동조합 탄압과 왕따를 버티다, 버티다 못해 결국 지난 5월10일 목을 매 자결했다.



박지만과 포스코가 합작한 노동자 죽음

 “노조 활동에 대해 회사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기 때문에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지만 EG그룹 회장이 양우권의 죽음에 대해 `EG그룹 임직원들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대목이다. EG테크는 EG그룹 계열사고 박지만은 박근혜 대통령 동생이다.

 박지만의 말대로라면 양우권은 박회장의 `공명정대’한 대우를 받다가 `복에 겨워서’ 죽은 것이다. 2006년 전국금속노동조합 EG테크지회가 만들어지자 조합원들의 협박하고 회유해 탈퇴시키고 기업노조를 만든 것도 공명정대한 일이요, 혼자 남자 업무를 주지 않거나 다른 직원들과 대화조차 하지 못하게 `투명인간’ 취급하며 왕따 시키는 것도 공명정대한 일이요, 두 번이나 해고하며 대법원 복직판결도 무시하다가 3년 만에 복직시킨 것도 공명정대한 일이다.

 생전에 일하던 광양제철소 현장에 복귀시키지 않고 대기 발령이란 이름으로 제철소 밖의 `창살 없는 감옥’인 사무실에 수개월 동안 혼자 앉혀 놓고 CCTV로 감시하는 것도 공명정대한 일이요,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무실 사진을 찍었다고 정직이란 징계를 하는 것도 공명정대한 일이다. 마약복용 협의로 구속과 불구속을 반복하고도 박정희 대통령 아들이라는 이유로 박태준 포스코회장에게 기업 후견을 받은 그에게는 공명정대한 일이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대통령 동생인 그에게는 공명정대한 일이 된다.

 박지만의 `공명정대’한 노동자 탄압은 포스코의 `무노조 경영’ 전략과 맞닿아 있다. 포스코의 탄압으로 한 때 400명이 넘던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이제 성광과 덕산 두 사내하청업체에 50여 명 밖에 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하청노조 관리하는데 `핵심성과지표(KPI)’를 활용해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업장은 최하점을 주고 도급계약비 인상률을 다른 업체 절반 이하 수준으로 주며 압박했다. 다른 하청업체보다 연봉이 적을 수밖에. 지난 2008년에는 포스코 외주관리팀에서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노조로 전환하면 연봉을 1000만 원 인상시켜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양동운 지회장은 “1000만 원에 우리 영혼을 팔수는 없지 않느냐?”며 단호했다. 그들이 지키고자 한 것은 알량한 돈 몇 푼이 아니라 자신들의 영혼과 인간으로서 존엄성이었다.

 양우권이 지키고자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노조를 만들 때, 간부도 아니고 조합원이었다. 간부들이 모두 떠났지만 그는 묵묵히 금속노조를 지켰다. 2008년 세 명이 남아 임금 삭감 불이익을 받자 다른 두 조합원을 지원하기도 하고, 그 두명마저 2010년 떠났지만 결코 원망하지 않았다.

 혼자 남아 이지테크 분회장으로 노조를 묵묵히 지켜왔다. 회사의 탄압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을 얻어 수년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그였다. 대법원 복직판결을 받았을 때, 회사가 수억원의 보상금을 제시하며 회유했지만 거부하고 노조를 지켰다.

 “회사 동료들을 만나면 힘들다고 하더군요, 그치만 밉다하지 않았습니다. 외롭지만 어쩔 수 없는 사정들이 있는 거다. 그러고 싶어서 그러겠냐”는 남편의 말을 전하는 부인은 그를 “바보 같고 우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바보 같은” 그가, 회사의 왕따에 “사람이 미쳐버린다. 못 죽어서 산다”는 그가, 결국 상처받은 영혼을 끓어 앉고 포스코 현장으로 가기 위해 새의 먹이가 되고자 한 것이다.



함께 철조망을 넘는 새가 되자

 고인은 “정규직화 소송, 해고자 복직 문제 꼭 승리”하라며 “하늘에서 연대하겠다”고 유서에 남겼다. 살아남은 조합원들은 지난 10일부터 전면파업을 하고 15일부터는 무기한 상경투쟁을 시작했다.

 포스코, 박지만, 청와대 등을 쫓아다니며 양우권 죽음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 노조탄압 중단과 사내하청 정규직화, 산재인정과 유족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묵묵부답이다. 연대의 힘이 필요하다. 양우권의 삶과 죽음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의 단면이자 우리 사회가 함께 물어가야 할 현실이다. 양우권은 새의 먹이가 되고자 했다. 이제 함께 새가 되어 포스코 철조망을 넘어서 보자. 무노조 거대공룡 포스코와 `공명정대’한 박지만을 넘어, 우리의 영혼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새가 되어 함께 날아보자.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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