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에게 많은 희생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었던 5·18광주항쟁은 어두웠던 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으로 우리의 의식과 삶의 면면에 각인된 채 여전히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광주시민의 자랑이었던 5·18광주항쟁은 아직까지도 전 국민의 총체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제도적 차원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법률적·사법적으로 종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현대사 갈등의 불씨로, 지역간 인식의 차이가 아직도 확연하다. 5·18광주항쟁을 모독하고 그 정신을 훼손하고 있는 ‘일베’의 반인륜적 행위를 볼 때 우리의 역사인식과 교과서에 대한 반성을 되돌아 보게 한다. 또한 5·18 광주항쟁에 대한 가시적이고 성찰적인 역사교육도 광주·전남지역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편이며, 대부분의 경우 몇줄 남짓하게 기술된 역사교과서의 내용을 인용하는 것이 전부다.



홀로코스트 분명하게 기록하는 독일

 한심스러운 우리의 이런 형편과는 달리 나치정권이 남긴 최악의 유산인 홀로코스트를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를 통해 극복하려는 독일의 시도는 독일사회의 과거청산을 위한 모범적 반면교사로 삼기에 충분하다. 독일의 경우 1950년대 이래로 나치독재로부터 물려받은 홀로코스트라는 부담스러운 과거를 청산하려는 시도를 과거 극복이라는 개념을 통해 정리하여 왔다. 즉 전후 불행했던 자신들이 과거를 회피하지 않고 직접 이 수치스런 사건을 극복하고 희생자와 화해하고자 하는 독일사회 구성원들 합의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제도 교육의 틀을 통해 구현하려고 오랫동안 시도해 왔으며, 그 성과물은 독일의 역사교과서를 통해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독일의 사례에서와 같이 자국의 치부를 드러낸 사건에 대한 철저한 역사인식에 바탕을 둔 정확한 역사교육의 실천은 한 사회의 도덕 의식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능동적 해결책으로 모색될 수 있다.

 현재 독일의 역사 교과서에서의 홀로코스트에 대한 서술은 자기 성찰적 관점에서 매우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많은 시청각 관련 자료들과 함께 생생하게 제시되어 있다.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사용되는 독일의 역사교과서에는 나치 통치하에서 벌어진 만행들을 사실적으로 서술하는데 수십쪽 이상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며 인종학살을 정당화하거나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어떠한 유형의 기술양식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유럽에 거주하고 있는 유태인들을 국가가 계획하고 조직적으로 살해한 명백한 범죄행위로 서술하고 있으며 나치의 소수 추종자에 의해서만 자행된 것이 아니라 평범한 모든 독일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음을 분명하게 상기시켜 준다.



드러내고 고백하며 희생자와 화해로

 이러한 역사 서술 방식은 모든 독일인 특히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 스스로 역사적 진실에 직접 대면하도록 한다. 과거의 범죄행위에 대한 개개인의 자성과 자각을 통해 과거를 정확히 평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듯 역사 교과서를 통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자기 검증은 독일인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감추거나 회피하지 않고 불행했던 과거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극복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과거의 극복을 위한 역사교육은 한 사회의 어린 구성원들에게 특정사건에 대해 앎과 지식이라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를 넘어 한 사회에서 공유된 반성적 의식의 자연스러운 전승을 통해 그 실재를 정확히 인식시켜 줄 수 있다.

 즉 과거 극복을 위한 성찰적 역사교육은 자신들의 치부를 과감히 드러냄과 동시에 자신들이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며, 그 책임 고백을 통해 궁극적으로 희생자와의 화해를 이뤄 나가는 도덕적 승화의 과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안종철<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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