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기준은 보이텔스바흐합의 3원칙 돼야

 대한민국의 헌법은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라고 하였지,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라 하지 않았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 7조2항은 ‘공무원은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에 대하여 공무원의 정치적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약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자유를 최대화하고 폭력을 최소화하려는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을 훼손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 발의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7조2항 공무원의 신분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된다. 7조3항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고쳐서 직무범위 이외에서는 정치적인 활동을 적극 보장하라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된다.

 백번 양보하여 현행 헌법에 문제점이 없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현행 헌법을 해석함에 있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사의 발전과정에 맥락을 고려하여 해석해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 7조2항과 헌법 31조4항 모두 공무원과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에 ‘보장된다’란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현행 헌법 5조2항은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준수된다’라는 명령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표현을 달리한 것은 그간 쿠데타를 일으켜온 역사가 있는 군인의 경우 정치개입을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중립성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활동을 금지시켜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부당한 압력을 막음으로써 보장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헌법 7조2항 신설의 역사적 배경은 그러한 해석을 뒷받침 한다. 이승만 정권 시절 1960년 3월15일 정·부통령 선거에서 공무원이 공개적으로 선거에 동원되고 공무원들에 의한 선거부정이 극에 달해 이에 분노한 학생과 시민은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4·19 혁명을 완성하였다.

공무원을 정치적 홍보 도구로 악용해왔던 자유당 이승만 정권에 대한 반성으로 신설했다는 사실이 역사적 배경이다. 이처럼 교사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적 활동 금지가 아닌 외부의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보호를 통해 지켜지는 것이다.
 
 ▲‘보장’의 맥락 은폐, 과도한 금지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땅의 권력자들은 ‘보장’에 담긴 대한민국 정치사적 맥락을 은폐한 채,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현행 법 체제를 활용하고 있다. 직무상에 정치적 중립성만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일체의 정치적 활동을 금해버리는 식으로 말이다.

그로인해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쳤던 교사들, 5·18을 왜곡하는 국정역사교과서를 반대하며 시국선언에 나섰던 교사들을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처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발언을 할 때 마다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폭력을 비판하면 교사는 대학교수와 달리 미성년자를 가르치므로 교사의 일상적 정치행위(참정권) 전체를 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박이 제기 된다. 문제는 그런 식의 반대논리라면 교사의 종교적 행위도 금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헌법에서는 교원의 종교적 중립성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 후진적이고 폭력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민주시민교육을 실천해야할 교사들이 민주시민의 기본적 권리인 참정권을 제약받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학교 앞에서 멈추고 있는 것이다.

슬픈 일이다. 특히 선거철 광주교육의 방향을 결정지을 중요한 순간 교육전문가인 교사들의 말과 글이 묶여버리고 있다. 시민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며 광주교육을 이끌어갈 생산적 토론을 만들어낼 공론장의 싹을 잘라버리고 있다.

 학교는 정치판이 되어야하고, 그 정치판의 기준은 보이텔스바흐 합의 3원칙이 되어야 한다.
 
 ▲‘탈정치’ 학교선 무비판적 ‘노예’ 양산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교총과의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와 주사파가 연합한 좌파정권이며, 전교조가 교육을 정치판으로 만들어버리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정말 위험한 발언이다. 학교는 그리고 교육은 탈정치화 되어서는 안 된다. 민주시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며, 그 핵심에는 정치교육이 있기 때문이다. 탈정치화된 학교에서 길러지는 인간은 기성체제에 무비판적으로 복종하는 노예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학교는 정치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정치판의 기준은 한국형 보이텔스바흐 합의 3원칙이 되어야 한다. 강제주입금지의 원칙, 논쟁 재현의 원칙, 이해관계 지각의 원칙이다.

즉 학교에서 이뤄지는 교육활동은 학생들에게 사회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논쟁을 공정하게 재현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강제적인 교화나 주입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사회경제적 위치와 입장에 맞게 정치적 판단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과정이다.

이 원칙을 준수하는 것 외에는 학교 구성원들(특히 교사)에게 정치적 활동의 자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곧 6·13 광주교육감 선거가 이뤄진다. 차기 교육감은 학교의 탈정치화, 교육의 탈정치화 현상에 문제점에 민감할 수 있길 바란다. 학교를 정치판으로 만들고, 정치판의 기준을 보이텔스바흐합의 3원칙이 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보이텔스바흐합의 3원칙 하에서 교사, 학생, 학부모가 자신의 정치기본권을 자유롭게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으면 좋겠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 담긴 역사적 맥락을 제거한 채 이를 빌미로 교사들의 세월호 사건 진상규명 시국선언, 국정역사교과서 반대 시국선언 등 불의를 향한 저항을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 왜곡하며 처벌한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다.
김동혁<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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