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숲, 참나무들이 잘 마른 잎들을 달고 찬바람에 쌀랑쌀랑 노래하는 가파른 길. 헉헉거리며 오르다 가던 길 잠시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어디 만큼 왔나?
 걸음 걸음 잘 세면서 왔나?
 호흡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찬바람에도 의연한 풀과 나무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는 빼먹지 않고 하였나?

 먼발치에서 도시를 품어 안은 무등이 ‘그려, 그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빙그시 웃어주었다.

 여섯 해째 몸담고 있는 일터는 처음 생각 보다 일이 많았다. 다양한 의제와 맞물려 미션을 수행하려면 독단으로 하는 것에 앞서 공동체의 구성원들과 더불어 고민을 나누어야 했다. 시민·기업·행정이 유기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함께 실천활동을 하고 있는 유연한 협력의 선도적인 틀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20여 년 전 처음 시작된 의제들은 환경 중심이었다면, 최근의 것들은 환경에서 가지를 더 쳐서 사회와 경제, 교육과 도시재생까지 그 영역을 넓혀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환경 중심의 활동에서 지속가능발전의 3대 축인 환경, 경제,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발전에 한걸음 더 나가가는 굳건한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5년은 세계적으로 지속가능발전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았던 중요한 시점이었다. 2015년 9월 UN은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지향하고 이루어야할 목표로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각 나라가 이 목표를 이행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지표와 평가방법도 제시했다.

최우선 가치 ‘지속가능발전’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우리의 삶의 터전인 광주를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세대의 숙명이다. 이미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저성장과 고용불안, 고령화와 저출산, 소득 양극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발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는 것이 필요하다. 2015년,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애써온 노력들과 그 결과들을 담아 20주년 보고서에 담아 펴냈다. 이와 더불어 지속가능발전 광주비전 선언식을 가졌다.

 지구별의 구성원으로 인류의 밝은 미래를 위해 우리 도시는 일찍부터 국제사회의 이러한 노력에 동참해왔다 자부한다. 1995년 10월 ‘푸른광주21협의회’를 창립한 이후, 매 5년마다 광주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한 의제를 수립하고, 실천하며, 평가해 왔다.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힘들게 대한민국의 민관협력 거버넌스 모델로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온 것이다.

 2016년에는 협의회 명칭을 ‘지속가능발전협의회’로 변경하면서 과거 환경 중심의 활동에서 지속가능발전의 3대 축인 환경, 경제, 사회가 균형을 이루는 발전에 한걸음 더 나가가는 체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광주를 지속가능한 도시로 만들기 위해 시민·기업·행정이 유기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하면서 함께 실천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무엇보다 가장 의미가 있는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30 선포식’을 시민과 함께 했다. 선포식에 이르기까지 2015년 12월 ‘광주 지속가능발전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2016년 2월 광주의 시민·기업·행정이 함께 ‘유엔 SDGs 이행을 위한 5차의제(2017~2021)’를 만들어 함께 실천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 이행을 위해 광주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함께 만들 것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기업, 행정 및 유관기관의 관계자들이 모여 슬기를 모았다. 그 결과 17개 목표, 66개 세부목표, 104개 지표를 설정하고 지난 10월 선포하고, 공동 실천을 결의했다.

 선포식 이후 우리 공동의 목표를 계속 되새기며, 행정은 정책과제로, 기업은 경영전략으로, 시민은 생활 속의 실천으로 녹여내는 중이다. 단순히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한 단계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광주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는 주인된 사명감 속에 힘을 모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큰 틀의 지속가능발전의 화두를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홍보와 교육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시민들과 화두 공유, 홍보·교육도

 소식지 ‘까치밥’을 만들고 시민기자들을 세워냈다. 시민들의 눈높이로 시민들의 목소리로 담아내는 소식지는 시민들 뿐 아니라 지역의 열띤 활동들을 전국으로 알려내는 메신저가 되었다.

 시민기자단에서 새끼를 쳐 대학생 블로그 기자단 활동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젊은 층을 아우르는 생명력 있는 활동들이 지역의 지속가능발전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생태 문화 마을 만들기에서는 공적자금과는 상관없이 마을공동체 속에서 스스로 골목을 가꾸고 이웃을 돌보고 나누고 다독이는 ‘마을 만들기 달인’을 찾아내 선정하고 널리 알리는 일도 의미가 깊었다.

 단년 사업으로 그쳐 아쉬웠던 마을만들기 사업도 의제와 맞물려 5년 장기 사업으로 모델을 만들고 있는 ‘유엔지속가능한 마을’ 사업은 마을 만들기의 또 다른 단초를 만드는 중이다.

 이와 함께 모바일을 활용한 ‘다가치 그린’ 사업은 시대를 앞서서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물꼬를 틔어 줄 것이다.

 CEO포럼도 구성하여 올해 2회째를 맞아 일자리와 지속가능발전을 논의 하는 고무적인 활동으로 힘을 보태주고 있어 더 든든하다.

 욕심껏 해온 일들이다. 아쉽게도 올해 말로 임기가 마무리 된다. 이 일을 맡을 새로운 얼굴이 이런 활동들을 잘 이어주길 희망한다.

 오랜만에 가슴 속 금척을 꺼내어 새길 찾기를 해보련다. 스스로를 살리는 길, 더불어 사는 길이 반갑게 손짓을 보낼 것이다.
김경일<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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