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가 시작되자 어김없이 2019년 트렌드 분석이 쏟아져 나왔다. 주로 소비와 생활 패턴을 분석해 내며 그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그 트렌드를 반영한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결국 트렌드는 기존의 소비와 생활 방식과는 다른 무엇이거나 새로운 흐름, 기존의 그것들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서점에 가면 눈에 띄는 것이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책이 많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13%를 넘어선 세대를 이해하고 그들이 바꾼 우리 사회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자료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자녀를 가장 중시하는 부모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급속도로 기술이 발달한 사회에서 태어난 첫 세대이자 SNS로 인간관계를 형성한다. 대중문화를 실시간으로 감상하는 한편 어디서나 최신 소식을 접하고 있기도 하다. 2018년 한국사회에서 #미투와 #위드유가 들불처럼 퍼지고 2016년 강남역 시위에서부터 연인원 10만명을 모이게 했던 혜화역 시위가 가능했던 것도 이 세대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은 뉴스에만 나오는 사건이 아니라 자신이 겪을 수 있는 ‘나의 문제’라고 봤기 때문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고 ‘성폭력을 멈추라‘고 함께 행동한다. 앞으로도 계속 쏟아져 나올 #미투에 책임있는 기관이나 정부가 미진하게 대처하거나,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나 성차별 문제가 대두된다면 이 세대들의 특성상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트렌드 중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인종·성·성적지향은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경계를 넘나들 수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다. 지난해 몇 개 나라에서 설치되어 화제가 된 ‘성중립 화장실‘이 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기존의 화장실이 남/녀, 장애인/비장애인으로 나뉘어 있는 경계를 넘어 성별 정체성, 성적지향, 장애 등 신체적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열려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들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장소를 획득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기도 하다. ‘남자가 제모를 하고, 클러치를 메고, 레깅스를 입는다’는 것은 패션을 넘어 ‘남자는 어때야 하고, 여자는 저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고 무너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 차별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고 남녀를 서로 대결 구도로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성 중립 트렌드가 우리 사회· 문화가 만들어 놓은 이중규범과 잣대를 넘어 사회문화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나 얼마 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국가성평등지수 결과를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 추진 방향을 수립하고 분야별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매년 국가와 지역의 성평등 정도를 조사해서 발표하고 있는데 국가성평등지수는 보건분야는 97.3점(100점에 가까울수록 완전한 성평등)으로 높은 반면 의사결정 분야는 29.3점으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그나마 광주광역시는 지역별 성평등지수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의사결정분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데 중간 점수에도 미치지 못한 41.9점이었다. 그나마 광주가 이 분야에서 점수가 높았던 이유는 위촉직 위원 성비와 5급이상 공무원 성비 개선 등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19년 트렌드가 단순히 소비패턴의 변화로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성평등 의식 확산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백희정<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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