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한 것만 해도 치가 떨리는데, 일본 사람들이 ‘정신대’란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발뺌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혀 증언하게 됐다.”

 1991년 8월 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릴 결정적인 단서가 필요하던 그 순간에 용기를 내어 최초의 증인이 된 사람. 일본군에게 당한 피해사실을 차마 누구도 세상으로 꺼내놓지 못하고 있던 때 용기로써 역사 앞에 증언한 김학순 할머니. 민간단체들은 2012년부터 8월14일을 기념일로 지정해 전 세계에 이 사실을 알리고 문제 해결을 촉구해오고 있다. 이 날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재작년에 법적으로도 국가기념일이 되었고 정부의 공식행사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올해 기념일을 맞이하는 분위기는 남다르다.

 작년 우리 대법원이 일본전범기업을 상대로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판결 이후 일본이 한국에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경제 보복으로 대응하면서 한일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체결 이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하기 때문이다. 일본이 사죄하고 배상에 나섰으면 양국관계가 더욱 발전된 방향으로 전진할 수 있어 다행이었겠지만 일본의 도발로 만들어진 상황을 피할 수도 없으니 우린 어떻게 이 상황을 잘 대처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1965년 협정 재정립 필요
 
 1965년 체결된 한일협정 체제에 대해 고민해볼 계기가 마련되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잡고 민정이양의 약속을 저버린채 본인이 권력을 이어가고자했던 박정희정부로서는 한일관계 개선이 절실했다.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으로 방위비를 줄이고자 했던 미국의 요구와 일본에 면벌부를 주고서라도 경제 개발 자금이 필요했던 박정희의 욕망과 독립축하금 명분으로 몇푼 쥐어주고 36년 식민통치의 문제를 털고 가려는 일본의 파렴치가 만들어낸 합작품이 1965년 한일협정이다. 우리 국민들로서는 사과와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도저히 받아들일수 없는 굴욕적인 내용들이었으며 전국민적 한일협정 반대 투쟁을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며 강압적으로 진압하고 체결하였기에 이 협정을 전제로 만들어진 한일관계의 재정립은 태생적인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이 기회에 재정립이 꼭 필요하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일본의 소재 및 정밀부품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에 맞선 우리의 대응도 점검해볼 기회를 맞이했다. 특히 교육에서의 대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8월6일 서울 중구청이 ‘노재팬 반일배너’를 내걸었다 관제반일 논란이 일어 즉시 철거했던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 중구청의 행은 전시행정, 노재팬이냐 노아베냐의 문제도 있었지만 공권력이 신념에 관한 것까지 결정하고 공공연하게 행동을 조장하려던 것을 성숙한 시민사회가 막아세운 것이다. 이제는 한-일관계 앞에서도 시민의식이 ‘NO’라고 선언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중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과의 만남은 주로 수업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런 사회적인 이슈는 수업을 통해 다각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굳이 역사수업이 아니어도 관련자료를 함께 보며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여러 교과 선생님들이 함께 준비하면 더 좋다. 그리고 내용도 일본군‘위안부’ 뿐만 아니라 독도, 독립군가, 한-일관계를 조명해볼 수 있는 다양한 수업도 좋다. 인터넷이나 유튜브를 검색해보면 잘 정리된 글자료나 사진, 영상자료가 차고 넘친다.
 
▲“교사라도 신념을 주입해선 안돼”
 
 하지만 이때 교사가 주의할 점은 반일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반일이냐 반아베냐의 문제가 아니다. 반일이든 반아베든 모두 가치와 신념에 관한 문제이다. 교사는 학생이 민주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태도와 입장을 갖도록 그저 거들 뿐, 교사가 수업을 통해 신념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교사의 강요로 신념이 주입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교사의 권위와 장기적인 자극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교사는 수업을 잘 디자인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수업을 진행하고 학생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해 가는 것이다.

 교사 스스로 자신의 가치 혹은 신념을 의심해야 한다.

 이말은 학생들에게 가르치려는 자신의 신념이 옳은지 끊임없이 의심해야한다는 것이다. 부연하자면, 의심해본 신념이면 강요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어떠한 신념도 강요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실에서 필요한 것이 보이텔스바흐 협약이다. 강압적 교화와 신념 주입 금지, 논쟁 재현과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스스로 판단하도록하는 원칙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생각을 정립해나가며 스스로의 실천 방향을 찾아갈 것이다.
김재옥<전교조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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