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학교자치의 시대다. 학교자치란 학교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바탕으로 학교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학교 구성원은 교원과 직원, 학부모와 학생을 말하며, 교직원의 전문적 자율성, 보호자의 교육의견 제시권, 학생의 자치활동 보호권 등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육기본법 제5조 교육의 자주성 항목에 등장하는 학교운영의 자율성 존중과 교직원·학생·학부모 및 지역주민의 학교운영 참여권에 기반하는 법적인 조치이다.

 교육의 중심이 중앙에서 지역교육청으로, 지역교육청에서 다시 학교로, 학교에서 교실로 이동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와 이에 따른 교육부의 기능 개편과 유·초·중등교육 100대 권한이 교육부에서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 중이다. 또한 2018년 당선된 전국 시·도 교육감 대부분이 학교자치를 내세웠고, 실제 2019년 전국 모든 시·도 교육청의 주요업무에 학교자치와 관련한 정책 추진이 반영되어 추진되었다.

 광주도 예외가 아니어서 학교자치 역량 강화를 통한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고 폭넓은 학교 현장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합리적 조직 정비를 목표로 삼았다. 올해 3월부터는 광주학교자치조례가 다시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여기서 ‘다시 제정’이라는 표현은 광주에서 학교자치조례가 제정된 것이 2013년에 이어 2019년이 두 번째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낯선 교사·교직원 자치
 
 지난 2013년 광주시민 1만7981명이 직접 나서 주민발의로 광주학교자치 조례를 제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조례는 당시 이제 막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몽니로 대법원에서 집행정지 및 무효판결을 받아 시행이 중지되고 사라진 바 있다.

 올해 3월부터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새로운 광주학교자치 조례는 대법원에서 지적한 내용을 삭제하였다. 어려운 과정을 통해 실시되는 광주학교자치는 조례에서 밝힌 것처럼 학교의 근간을 이루는 주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 및 직원이 학교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각 주체는 민주적 학교공동체 실현을 위해 상호 신뢰하고 존중하도록 하였다. 교사의 교육의 내용, 방법 및 평가 등을 존중하고 교수학습활동 지원하고, 학생과 학부모가 학교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교육감과 학교장은 이를 존중하도록 하였다.

 하지만 학생회를 통한 학생자치, 학부모회를 통한 학부모자치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아직 교직원회를 통한 교사와 직원의 학교자치는 여전히 낯설다. 일부 학교에서는 안건과 토론이 있는 교직원회를 운영해왔고 학교장이 자신의 일부 권한을 위임하고 대신 교사들의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민주적 학교운영을 실천하고 있지만 아직은 부분적인 이야기이다.

 교사 및 직원과 학생·학부모가 함께 학교의 주요 내용을 논의해서 결정해가는 민주적 학교운영은 아직 광주에서 먼나라 이야기고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득하다. 혼자 꿈꾸면 혼자 힘쓰고, 함께 꿈꾸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학교자치란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꿈꾸고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이기에 시급한 몇 가지를 바꾸어가야 한다.

 먼저, 학교에 토론이 가능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학교의 회의문화 정착 문제는 문화이기 전에 물리적 시간과 공간이 절대 부족해서 들어서기 어려운 면이 있다.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회의시간이 확보되어야 하고 토의·토론이 가능한 회의실도 필요하다. 구성원이 마주보거나 ‘ㄷ’자, ‘ㅁ’자, ‘ㅇ’자형 대형으로 토론하거나 테이블의 형태를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장소가 민주적 회의를 가능하게 한다.
 
▲학교에 토론 가능한 시간·공간 필수
 
 또, 안건과 토론이 있는 회의가 필요하다. 상하관계에서는 보고와 전달이 주를 이루지만, 민주적 관계에서는 안건과 토론이 있다. 지난번 회의 결과에 대한 보고는 이번 회의의 결과도 다음에 책임있게 실행되고 그 결과가 또 보고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가 회의를 진행하고 구성원들은 자신과 관련한 내용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자기 의사를 표시하는 개방적인 논의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교육청은 학교자치의 정착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학교자치에 대한 정기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실태점검과 구성원의 만족도를 조사해야 한다. 실태조사는 연 2회 정도 진행하되 1학기 초에는 학교별 자치회 조직현황을 보고하고, 2학기 말에는 학교별 만족도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학교자치가 정착할 때까지는 학교자치 컨설팅단을 구성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학교 현장의 학교자치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각종 연수와 더불어 현장 밀착형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컨설팅단을 조직하고 운영해야 한다. 컨설팅에서는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학교현장의 어려움을 학교와 행정기관이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런 노력의 끝에는 달라진 학교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전유물에서 모든 구성원들의 학교로, 독박 책임에서 모두가 주인의식으로 책임의식을 함께 갖는 학교로 거듭날 것이다. 결국에는 학생과 학부고, 교원과 직원 모두가 즐겁게 민주주의를 배우는 큰 배움터로 자리하게 될 것이다.
김재옥<전교조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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