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 애인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눈치 챈 남자, 가타부타 변명 없이 이 말만 끈질기게 반복한다. ‘우리 지금 만나, 당장 만나.’

 애인에게 사실 확인만 해준다면 남자는 더 이상 비굴해 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남자는 그 쉬운 한 마디, “그래, 네 말이 맞아”를 하지 못한다. 진실을 대가로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기에 아직은 아쉬운 것이 많은 남자다. 가수 리쌍의 곡 ‘지금 당장 만나.’

 남자는 결국 애인을 만나 원하는 것을 지킬 수 있었을까? 분명한 것은 만난다고 해서 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최근 시내버스회사의 친인척경영 실태를 취재했던 과정을 돌이켜 보니 이 노래가 불현듯 떠올랐다. 시내버스 운수회사와 진실을 사이에 두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벌인 탓일까.

 운수회사에 확인 전화를 하기 전, 광주시 시내버스 운수회사 10곳 중 8곳의 친인척경영 실태 파악이 대략적으로 이뤄진 상태였다. 대부분 운수회사 노조원들에게 제보를 받은 것이라 신빙성 있는 정보라는 판단에서 마지막으로 사측의 확인절차를 거치려는 참이었다.

 “회사 상무가 대표 아드님 맞습니까?”라는 확인 질문에 한 회사는 “인터뷰 요청 공문 보내세요”라며 전화를 끊고, “전무 OOO씨가 대표이사 따님 맞죠?”라는 질문에 또 다른 회사는 “담당하시는 분이 안계십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직접 얼굴 보고, 질문하세요. 만나서 이야기해야죠”라며 발끈하는 모 운수회사 관리자와 통화한 뒤에 깨달았다. 노래 속 남자의 뻔뻔함이 오히려 진실을 인정하는 꼴이 된 것처럼 운수회사 관리자들의 과민한 반응이 곧 진실이라는 것을.

 가까운 사람과 함께 회사를 운영하는 친인척경영, 그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광주시가 재정지원금을 보조해주고 모든 운영권을 회사에만 맡긴 ‘준공영제’ 하에서 친인척경영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취재가 시작됐고, 끝끝내 사실 확인을 거부한 회사, “당장 만나 이야기 하자”는 회사들은 그 의심에 답을 해줬다. ‘버스회사 친인척 경영 실태가 생각만큼 뿌리 깊고, 그 폐해는 생각보다 심각할 수 있겠다’는.

 “당장 만나자”던 모 운수회사 관리자와는 결국 직접 대면했다. 전화를 통해 물으려던 사실을 모두 확인했다. 그리고 장황하게 이어진 그의 설명. 그가 한 말 중에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 이것뿐이라 안타깝다. “대표이사 아내가 부사장, 아들이 전무, 딸이 상무, 조카가 영업부 관리자.”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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