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관 찬물 샤워 사태를 보며

 “여름에 찬물로 샤워좀 한다고 뭐 대수인가?” “사람이 하는 일인데 뭐 그럴 수도 있지”란 생각인가? 정말 별일 아닌 것인가? 되묻게 된다. 특히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대한민국의 각종 사고 소식을 들으면 더욱 그렇다.

 최근 광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김영순)이 연식이 다 된 보일러 교체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보일러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본보 8월18일자 보도). 보일러 가동 중단으로 현재까지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이들은 물론, 이용 장애인들이다. 수치료는 중단됐고, 여름방학 프로그램도 취소됐다. 수영장은 이용가능하지만 찬물 샤워를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수영장 이용자 숫자는 평소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이용 불편이 그 결과인데, 이게 보이는 것 만큼 단순하지 않다.

 보일러 가동 중단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오랜 기간 방치했던 원인이 있었고, 무엇보다 폭발의 위험성을 경고받은 뒤에야 부랴부랴 보일러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직원들은 2년여 전부터 보일러 이상을 감지하고 윗선(?)에 보고했다. 해당 보일러는 지난 2002년 설치된 것으로 10년이 훨씬 넘은 노후된 보일러다. 2012년 4월 보일러 성능 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상식적인 상황에서라면 당연히 지난 2012년 보일러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 그럼에도 보일러 교체 공사는 무슨 이유에선지 차일피일 미뤄졌다. 불안해진 실무 직원들은 여러 차례 보일러를 교체해야 한다는 보고를 했다. 보일러 교체 기종과 견적서까지 뽑아서 올렸다. 이미 광주시 예산까지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2013년엔 구체적인 체육관 보일러 교체 공사 기안도 제출됐다. 관장의 최종 결재만 있으면 당장 공사가 이뤄질 단계였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차일피일 결재가 미뤄져 왔다.

 급기야 지난 7월29일 보일러의 이상 징후를 발견한 직원이 보일러 업체 직원을 불렀다. 보일러를 살펴본 직원은 폭발의 위험이 있으니 당장 보일러 가동을 중단해야한다고 했다. 보일러는 그 때서야 중단됐다. 보일러 교체와 관련한 어떠한 대비도 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운이 좋은 것 아닌가. 체육관 보일러는 가스보일러다. 만약 보일러가 폭발이라도 했다면 체육관 전체가 날아갈 일이다. 체육관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다. 만약 사고라도 났다고 생각해봐라. 끔직할 뿐이다.”

 광주장애인복지관 한 직원의 말이다. 만약 사고라도 났다면….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과적을 하고, 노후된 배를 들여와 영업에 투입하고, 기상악화에도 무리하게 출항을 하고, 각종 경고들을 무시한다. 그 결과가 세월호 참사고, 삼풍 백화점 붕괴이고, 서해 훼리호 침몰 사고이고, 삼성 기름유출 사고이다.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노후된 보일러 교체를 차일 피일 미루고, 설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무리하게 가동을 하고, 설마 무슨 일 있겠나 싶어 각종 경고들을 무시한다. 그 결과는 운 좋게도(?) 보일러 가동 중단이다.

 논리에 비약이라고 느낀다면 이런 상황은 어떤가?

 2013년 추석 연휴, 이화여대 식당에서는 환풍기가 고장이 난 상태에서 식당 노동자들이 일을 시작했다가 결국 한 명이 근무 중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 어지러움과 가슴이 울렁거리는 증상을 느낀 노동자들이 많았지만, 돌아가면서 바람을 쐬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길 반복하며 일을 하는 동안, 식당과 학교 측은 환풍기 고장을 방치했다. 결국, 3일 동안 이렇게 일하던 노동자 한 명이 쓰러져 응급실에서 일산화탄소 중독 진단을 받았다.

 만약 현장 노동자의 보일러 교체 요구가 즉각 받아들여지는 시스템이었다면 어땠을까? 관리자가 이유없이 차일피일 미루는 것을 견제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면 어땠을까?

 7월29일 보일러 중단 이후, 관리 감독의 책임이 있는 광주시가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피해자들만 속출한다. 여러 모로 닮은 꼴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로 내릴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이라면 우린 운이 좋아 여태껏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운이 언제 다할지는 알 수 없다. 그 운이 다하기 전, 광주시의 제대로된 관리감독을 기대할 뿐이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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