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는 올 5월부터 우치동물원을 무료로 개방하겠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꿈과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동물원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라는 이유에서다.

 광주시의회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무조건 개방할 게 아니라 시설 개선 등 좋은 관람 환경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

 광주시의 무료 개방이 현실화하기 위해선 ‘광주광역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조례’가 개정돼야 하는데, 시의회는 이달 임시회에서 이의 처리를 보류했다. 다음 달 의회에서도 조례가 개정되지 않으면 5월 동물원 무료 개방은 물건너간다.

 필자는 동물원 무료 개방이 실보다 득이 크다고 본다.



수변공원·잔디광장 시민 품으로

 우선 광주시민의 녹지향유권 회복을 들 수 있겠다. 동물원이 포함된 우치공원은 전체 면적이 118만3460㎡ 대단지인데, 크게 세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첫 번째 동식물원이 12만1303㎡, 두 번째는 패밀리랜드라고 부르는 놀이시설인데 체육시설 포함해 19,389㎡이다.

 세 번째는 공공시설인데 87만1769㎡이다. 주차장과 산림지역 등을 포함한 규모인데, 이중 잔디광장이라고 부르는 녹지공원이 2만4500㎡를 차지하고 있다.

 우치공원 잔디광장은 대아저수지에 인접해 있으면서 수목 울창하고 잔디 푸르른, 말 그대로 시민들에겐 최상의 녹지공간이다. 광주에서 수변공간에 인접하고, 아름드리 수목이 울창하기로는 이만한 데를 보지 못했다. 2012년 광주시가 패밀리랜드 운영 민간위탁자 공모에 애를 태울 때, 이 같은 입지 조건을 살려 호텔 등 숙박시설 유치를 고민했을 정도로 빼어난 입지다.

 하지만 지금까진 이 공간엔 입장료를 내지 않고 들어갈 수 없었다. 놀이시설 이용권이든, 동물원 입장권을 사야 공원 진입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광주시가 밝힌 대로 되면 이 잔디광장에로의 무료 진입이 가능해진다. 넓은 초원에선 뮤지션들의 공연이 펼쳐질 수도 있고, 가족 단위 도시락 나들이도 운치있겠다.

 필자는 우치공원 무료 개방의 다른 근거를 ‘염치없음’에서 찾는다. 광주시에 ‘현재처럼 낙후된 시설에 입장료를 받는 게 낯뜨겁지 않느냐?’고 묻고 싶음이다. 1991년 현 위치에 개원한 이래 동물원은 한 번도 투자다운 투자를 하지 않고 지금에 이르렀다. 자그마치 25년이다.



낙후된 시설 돈 받을 `염치없음’

 같은 시기, 놀이시설을 제 돈으로 시설한 금호에게 보장된 수익권은 20년이었다. 이후 우치공원 놀이시설은 광주시에 기부채납돼, 공공재가 됐다.

 동물원도 그때 개원했으니,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25년 동안 요금을 부과해온 셈이다.

 하지만 투자다운 투자는 없었다. 민선 5기 강운태 시장 시절 ‘명품’ 육성을 기치로 민자 유치를 시도해본 적 있지만, 흐지부지돼 달라진 게 없다. 기린 등 대형 동물들은 병들어 죽고, 노쇠해 사라지고, 콘크리트 범벅 사육장은 칠 벗겨져 흉물스럽고, 우중충하고 촘촘한 철망에 갇힌 원숭이들은 보호받는다기보다 ‘학대’가 의심될 정도다.

 입장료를 받자니 낯이 안 서는 것이고, 지불하자니 화가 날 판이다.

 이 같은 상황 속 광주시가 천명한 동물원 무료 개방은 그간 부실 관리에 대한 일종의 속죄(?) 행정은 아닐런지. (시는 결코 그런 입장에서 결정한 게 아니겠지만)

 물론 무료 개방에 따른 실도 있다. 입장료 수익 포기다. 우치동물원 입장료는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700원이다. 지난해 유료 입장객은 23만2000명으로, 입장료 수입은 2억 원 정도였다. 광주시의회 일부에선 “이 돈이라도 받아서 시설 개선에 쓰는 게 이익이다”는 입장이 있다고 한다. 글쎄 이 정도 금액으로 어느 정도의 시설 개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기왕에 광주시가 동물 복지와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연차별로 150억 원을 투자해 시설개선사업을 하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추억을 위해, 안전하고 재미있는 놀이공간을 위해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여긴다.

 게다가 시민들은 덤으로 수변공원과 잔디광장까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다. 입장료 수익 2억(1년) 사수를 고집할 일 아니다.

채정희<편집국장>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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