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서로가 존중하고 화합하여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대학문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 홈페이지엔 서재홍 총장이 자랑스럽게 조선대학교를 소개한다. 민주적 수렴, 존중, 화합, 상생…. 좋은 말이다. 그런데 진짜인 세상에서 조선대는 그런 실천을 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금 조선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매주 수요일 점심 시간에 모여, 일명 ‘유령 행진’을 벌인다.<본보 4월17일자 보도> 조선대학교엔 130명에 달하는 청소노동자들이 대학 구석 구석을 청소하고 있지만, 그 누구하나 그들을 알아봐 주지 않고, 종종 무시된다. 청소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투명인간 혹은 유령 취급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을 사람으로 대해달라는 의미로 하얀색 가면을 쓰고 학내를 행진한다.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준수해달라

 조선대학교가 말하는 구성원에 청소 노동자들은 없다. 조선대학교가 말하는 민주적 수렴, 존중, 화합, 상생은 대학 청소 노동자들에겐 해당 사항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유령 취급이다.

 청소 노동자들은 대학 본부를 향해 외친다. 본부가 그 내용을 듣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다시 한 번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 지침을 준수해주십시오. 공공재로서의 대학이 학내 용역근로자들의 임금 및 처우개선 사항에 대하여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기준입니다.”

 “법이 정한 연차 휴가를 정상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십시오. 자율적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고 그 사용하지 않은 연차에 대해선 정상적인 연차 수당을 주십시오. 연차를 사용할 때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휴가 사용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과 똑같은 의미입니다. 실질적인 휴가 사용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주십시오.”

 “원청인 대학과 용역업체, 그리고 노조 간 협의체가 필요합니다. 임금 및 인원, 업무범위 및 기본적 근로조건은 원청사인 대학이 지배·결정권한을 쥐고 있는 만큼 용역업체와 이야기 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원청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됩니다. 용역업체 뒤에 숨어 노사 갈등을 방치하지 말고 실질적 사용자로서 최소한의 자기 책임을 다해 주십시오.”

 청소 노동자들이 대학 본부를 향해 외치고 있는 내용이다.

 조선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은 정부의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고, 연차 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으며 연차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본부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학 본부는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있을까?

 “용역을 준 거니까 노사간 협의하면 되죠. 우리는 대학 행정을 보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것(청소 노동자들의 요구)까지 전담을 해야하나요. 학교는 그거 말고도 고민할 게 많아요. 그런것까지 고민할 여력이 없어요. 대학 평가도 있고,”

 청소 노동자들의 시위와 관련한 입장을 묻자, 조선대학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용역줬으니 노사간 협의하라”는 당국

 그는 노동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이 무엇인지 몰랐다. 최저임금과 헷갈려했다. 노동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파악할 필요조차 없다는 인식이다. 청소 노동자들을 말 그대로 유령취급하고 있는 셈이다.

 조선대학교 청소 노동자들이 대학의 구성원이었던 때가 있었다. 조선대학교 직원이었고, 임금과 처우 역시 조선대학교가 직접 책임졌다. 1997년 이전 이야기다. 대학은 가장 먼저 청소 노동자들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내쳤고 17년 간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싼 값으로 청소노동자들을 사용했다. 그리고 지금 여전히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

 가장 열악한 곳에서 힘들게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어떻게든 싼 값에 사용하겠다는 대학의 태도. 대학의 품격에 대해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민주적으로 수렴하고, 서로가 존중하고 화합하여 상생해 나갈 수 있는 대학문화를 실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청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기괴한 상황을 연출한다면 ‘교육’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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