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 년 전 입대 영장을 받아놓고 근심했던 것 중 하나는 ‘10시 취침’이라는 군대의 밤 문화였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활개 치고 다녔던 20대 청춘에게 밤 10시 이후 ‘금족령’는 생각만 해도 막막했고, 스스로 무기력해지기에 충분했다. 잠 못 들고 뒤척이며, 뜬눈으로 지새울 것 같아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막상 입대해보니,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고민이었는지 깨달았다. 잠 자는 게, 재워주는 게 행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온종일 꼼짝하지 않고 누워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낮 동안 훈련과 얼차려에 시달린 육체에 잠 외 다른 건 위로가 되질 않았다.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영혼 팽개쳐

 “종일 깨어 있으려면 잠을 자야 한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잠을 잔다는 것은 결코 하찮은 기술이 아니다”고.

 ‘덕을 갖춰야 단잠을 이룰 수 있다’고 했는데, 그 덕이란 게 이렇다. ‘낮 동안 열 번 자신을 극복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그래야 적당히 피곤해진다. 다음은 ‘낮 동안 열 번 자신과 화해해야 한다’는 것이고, ‘낮 동안 열 개의 진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도 필요 덕목이다. 밤에 진리를 찾다 보면 영혼이 굶주림에 시달려 잠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낮 동안 열 번 웃어야 한다’는 것도 단잠의 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밤 동안 슬픔의 아버지인 위장이 그대를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육체엔 영혼이란 게 있다. 그걸 가엾게 여기라’고 통찰했던 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세상으로 호출한 조르바. 니체의 자라투스트라가 실존인물이었다면, 이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오버랩되는 조르바는 “육체란 짐을 진 짐승과 같다”고 했고, “육체를 먹이지 않으면 엔젠 간 길바닥에 영혼을 팽개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육체를 위로하고 달래야 한다’는 점에서 상통하는 문장들이다.

 버트런드 러셀을 덧붙일 수 있겠다. “근로가 미덕이라는 믿음이 현대 사회에 막대한 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던 이다. 그는 저서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노동시간을 4시간으로 줄여 여가를 확보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러셀에 따르면, ‘여가’가 보장되면 삶이 바뀐다. “인생에 행복과 환희가 충만할 것입니다. 행복한 생활의 기회를 얻게 된 평범한 남녀들은 보다 친절해지고, 서로 덜 괴롭힐 것이고, 타인을 의심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일도 줄어들 것입니다.” 러셀은 “모든 도덕적 자질 가운데서도 선한 본성은 세상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힘들게 분투하며 살아가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편안함과 안전에서 나온다”고 했다.

 휴식과 휴가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장황하게 차용했다.



드림도 여름 휴가 “재충전하겠습니다”

 다음 주부터 본격적으로 여름 휴가 시즌이다. 강으로, 산으로 다양한 계획 속 떠나려는 설렘이 가득하다. 굳이 ‘어딘가’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휴가’라는 용어대로 직장에서 벗어나 집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가능할 것이다.

 광주드림도 7월 마지막 한 주간 휴가를 떠난다. 직원들이 번갈아 쉬며 신문 발행이 이어지는 형태가 아니고, 신문사 전체가 일정 기간 스톱하는 시스템이다. 광주드림과 같이 규모가 크지 않은 조직에서 직원 교차 휴가는 되레 피로감을 증폭시켰던 부작용을 기억한다. 누군가 휴가 떠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남아 있는 이들이 더 찌들어 산 것이다. 때문에 광주드림은 일주일간 신문 제작을 쉬려 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뉴스 서비스는 최대한 가동할 것이다.

 ‘종일 깨어 있기 위해 잠을 자는 것’이라고, ‘영혼이 내팽개쳐지기 전에 육체를 먹이는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채정희< 편집국장>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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