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바다와 같아서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고 했다. 그 바다엔 고기가 많으나, 모두 다 어부의 것은 아닌 게 정한 이치. 잡은 고기라도 먹이를 주지 않으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음 또한 자명하다. 가끔 길목에 그물 내린 어부가 뜻밖의 수확을 올리기도 하는 게 바다의 섭리다.

 선거에서 표출된 민심은 이처럼 바다와 비유하곤 한다.

 13일 끝난 20대 국회의원 선거도 다르지 않아, 이 ‘바다’에서 한 편의 드라마가 요동쳤다.



경쟁체제로 분출된 호남 민심

 ‘집권당’은 텃밭이라는 어장에서 참패했다. 그동안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준엄한 심판이었다. 대안 부재·선택 가능성이 차단된 상황에서 ‘미워도 다시’를 반복해온, 누적된 불만이 일시에 분출된 듯 보인다. 분출을 가능케 한 건 ‘틈’. 경쟁 체제, 실로 오랜만에 재현된 ‘선택 가능성’이 이를 촉발했다는 분석이다. 늘상 ‘최악’을 모면하기 위해 ‘차악’일지라도 선택해온 민심이 모처럼 주어진 ‘차선’앞에서 요동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당의 호남 참패를 이렇게 해석해보는 건 어떤가. 어쩌면 전국적인 상황에서 집권 새누리당이 당한 참패 해석과 다르지 않아보인다.

 개표 결과 더민주는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지역 선거구 28곳 중 23곳을 국민의당에 내줬고, 새누리당에게 2곳을 내줬다. 텃밭을 자임해온 호남에서 더민주가 승리한 곳은 겨우 3곳 뿐. 광주에선 8석 모두를 국민의당에게 뺐겼다.

 호남은 10년 전인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이같이 요동친 바 있다. 당시 야권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경합했고, 광주에서는 시장과 구청장 5석을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5·18 가해세력과 잇대있는 현 집권세력과는 불화할 수밖에 없는 호남인지라, 정치적 선택이란 거의 대안없이 유일했던 게 지금까지의 구조다. 경쟁과 선택이라는 건 이렇듯 몇십 년 만에 한번쯤 찾아오는 기회인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이같은 경쟁이 이뤄졌고, 호남은 선택했다. 그런데 이 선택에 대해 안팎에서 말이 많다. ‘변화와 고립’이라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3당 체제 성공할 것인가?

 야권 재편의 가능성은 기대해볼 만한 변화다.

 반면 수도권과 영남권 약진으로 전국 정당 면모를 갖춘 더민주에게 호남이 ‘텃밭’보다 ‘변방’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은 구도다. 이 경우 옛날 ‘3김 체제’와 같은 영호남(문재인·안철수) 양분 구도가 재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같은 구도의 폐해는 ‘호남 고립’이었다는 건 역대 선거에서 증명된 바다.

 호남을 기반으로 태동하고, 호남의 선택으로 도약했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의 이익만 대변할 정당이 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확인한 국민의당의 확장성은 야권 지지층 외에 새누리당 성향의 중도층까지 유입이다. 호남만 대변하고 있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안철수 대표 역시 창당 당시부터 중도로 확장을 강조했고, 20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공언하며 여야와 사안별 연대를 밝히고 있다. 이럴 때 호남은 국민의당에게 족쇄가 될 수 있을 게다. 절대적 지지를 보낸 호남의 요구는 새누리당과의 연대에 관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해석과 전망 속에서 3당 체제가 가동됐다. ‘천하삼분지계’가 정착해 타협 가능한 정치 지형이 형성될지, 금방 좌초해 기존 체제로 회귀할 지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새로운 실험의 판을 깐 것도, 지속 여부의 결정권도 호남에 달렸다는 것. 국민의당과 호남, 서로를 볼모로 삼은 정치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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