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봉 교수. 2005년 전남대 철학과가 그를 교수로 ‘특별채용’했을 때 한국사회에선 이를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부산 출신이니 지역·학맥으로 광주와 전남대와는 전혀 연고가 없는 그를 정원과 관계없이 교수 전원이 임용에 동의했다는 데 대해 “지역주의·학벌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보기 드문 아름다운 파격”이라는 칭송이 이어졌다.

 1999년 재직중인 대학에서 ‘학내 문제’로 재임용 탈락한 뒤 민예총이 개설한 ‘문예아카데미’서 강의하며 ‘거리의 철학자’로 불렸던 그는, 그렇게 6년 만에 전남대 강단으로 복귀했다.

 김상봉 센터장. 지난해 5월엔 ‘공채’됐다. 이번엔 자청했다는 게 파격이었다. 광주시 사회통합지원센터장. “학과장도 안맡았다”고 할 만큼 ‘자리’를 거부해온 그의 이력을 잘 아는 이들은 한결같이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이런 김상봉 교수의 ‘파격 행보’는 또 다른 인물의 조력이 있어 가능했다.

 박병규 전 기아차 노조위원장. 지금은 광주시 사회통합추진단장이다. 박 단장은 1990년 아시아자동차(기아자동차 전신)에 입사해 20년 넘게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근무해 오면서, 세차례에 걸쳐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던 노동자, 그리고 운동가다.

 그런 그가 광주시청 과장급(서기관)으로 공채됐을 때, 이 역시 ‘파격’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민선 6기 출범 후 미래 먹을거리로 ‘자동차 100만 대 생산’정책을 역점 추진해온 윤장현 광주시장의 러브콜을 그는 외면하지 못했다.

 박 단장의 업무 중 하나는 자동차 100만 대 생산 기반 유치를 전제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연구, 실행방안을 만드는 것이었다. 광주의 미래가 걸린 중차대한 과제, 박 단장은 이를 김상봉 교수가 장으로 있는 사회통합지원센터에 맡겼다.

 필자는 윤 시장의 역점 시책인 자동차 100만 대 생산 기반 조성 사업에 대해선 여전히 반신반의다. 해서 100만 대 생산을 전제로 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지 않았음이 솔직한 고백이다.

 하지만 박병규 단장·김상봉 센터장이 ‘협업’ 진용을 갖추는 걸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지켜봤던 것 같다. 현장에서 노동자로, 신망받는 노조 지도자였던 박 단장과 학자로, 학벌·대학 서열화 타파에 천착하며 한국 사회에 특수한 계급재생산 구조를 고심했던 김 센터장의 이력에 기인한 믿음이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나보다. 최근 김상봉 교수가 사회통합지원센터장을 반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왜 이렇게 전개됐을까? 이러저러한 사유가 절절했지만, 박 단장과 김 센터장 간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노동운동가와 철학자에게 현실이 된 ‘행정’이, 일생 체계화한 자신들 신념을 담아내기에 적당한 그릇일 순 없었을 것이라는 건 필자의 관전평이다. ‘협업’과정에서 감정의 골도 깊었던 모양이어서, 각종 언론에 보도된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반발은 예민하고 까칠했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뚜렷한 신념과 투사적 강단으로 존립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런 이들의 불협화음이라 걱정이다. 일생 쌓아온 자신의 명예에 손상이 불가피한 ‘거짓’과 ‘무능’이라는 ‘낙인’에 특히 더 민감할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본란은 두 사람의 잘잘못을 따지고자 하는 건 아니다. 진실게임 같이 서로 다른 주장의 진위를 가릴 생각은 더더욱 없다.

 두 사람은 여전히 광주 지역사회의 ‘자산’이라는 걸 상기시키고자 함이다. 두 사람이 ‘협력자’가 아닌 ‘변절자’로 등돌리게 하는 건 광주의 손실이라는 우려를 더하고픈 것이다.

 광주는 이들의 이력을 바탕삼아 공적인 역할을 맡겼다. 시행착오라 여긴다. 지금 당장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하더라도 용도까지 폐기할 순 없다. 다시 활용해야할 광주의 자산이기에, 지금 만신창이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건 어쩌면 지역사회의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협력하면 극대화할 수 있는 광주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고, 소중하다. 이같은 기회를 ‘변절’로 훼손시키는 건 지역사회에 커다란 손실이 될 것이다.

 그래서다. 당사자간 사태의 전말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 ‘이전투구’식 논쟁은 더 이상 없었으면 싶다. 감정의 골만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분란의 시발은 ‘광주형 일자리’모델이다. ‘노조위원장’ ‘거리의 철학자’라는 ‘내공’으로도 ‘콜라보레이션’이 불가능한 이 과제가 ‘사회 통합’의 단초가 될 수 있을까?

채정희 편집국장 good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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