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뽑는 선출직 공무원 가운데 가장 작은 단위인 자치구 장(長) 자리는 풀뿌리 민주주의, 지역정치의 근간이며 기반이다. 1986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잊을만하면 임명직 전환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이유다. 관선 구청장과 선출직 구청장의 차이는 당연히 유권자의 투표로 주민들이 직접 뽑는다는 데 있다. 이는 딱 정해진 행정절차 ‘뿐’ 아니라 갈등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역 문제를 해당 지역에 맞는 방향으로 풀어가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라는 의미다. 선출직 공무원은 관리와 조정의 역할을 맡고 있고,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선교사 건물 갈등 해결한 남구청장 사례

 

 최근 광주기독병원이 병원내 선교사 사택 부지에 어린이집을 짓는다며 철거하려고 하자,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문제된 일이 있었다. 사택이 마을의 문화유산이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사택은 사유지로 병원 측의 의지로 리모델링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문제가 불거진 뒤 남구청과 의회가 나섰다. 최영호 남구청장과 김점기 남구의회 의장은 곧바로 중재를 자처하고 나섰다. 철거용 중장비를 잠시 뒤로 미루고 대책회의를 가졌다. 주민들의 주장을 듣고 병원 측에 전달했다. 대화는 일촉즉발이던 대립을 없애고 철거 없는 리모델링 방식이라는 대안을 찾아내게 됐다. 무 자르듯 자르는 대쪽행정이 아닌, 주민 사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선출직 공무원의 역할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하지만 상무금요시장 문제에 와서는 선출직의 주민행정은 찾아볼 수 없다. 마치 청장이 국장 위에 있는 총괄국장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노점상들은 무조건 폐쇄라는 대쪽행정이 아닌 대화를 요구하며 구청장 면담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 5월,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와 함께 구청으로 행진할 때에도 노점상들의 요구는 다름 아닌 “구청장 나와라”, “이야기 좀 들어달라” 였다. 임우진 청장은 그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임 청장에 대한 불신은 11일 노점상들이 청장실 앞을 찾아가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더욱이 임 청장은 민원인들을 피해 뒷문으로 몰래 나가버리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날 노점상들이 청장실 앞에서 밤을 새운 뒤에서야 겨우 임 청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장장 반년 만이었다. 구청장 한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푸념이 나올 지경이다.

 

주민들 “막힌 대화가 사태를 키우고 있다”



 가장 먼저 상무금요시장 문제를 제기한 상무지구아파트연합회 측을 취재중 만났다. 그런데 주민 측도 답답하다는 입장을 털어놨다. 너무 늦게 마련된 대화의 자리가, 결국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문제 해결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궁지에 몰린 노점상들은 민주노점상전국연합회와 연대했다. 실제 지역에서 살을 맞대고 있던 주민과 상인들이, 민낯을 드러내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이후 진행된 논의들은 지지부진했다. 더욱이 지금까지 회의를 주재했던 부구청장이 인사 이동으로 교체되면서 대화는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지금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았던 임 청장의 태도가 또다시 아쉬운 대목이다.

 상무금요시장의 문제는 주민들의 문제다. 실제 취재 중 들은 이야기들은 정말 각양각색이었다. 잘 이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주민들도 있고 잘 모르겠다는 주민, 잘 해결됐으면 한다는 주민, 그냥 없애고 깨끗한 거리를 원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18년 동안 거리를 지켜온, 대형마트와 아파트 사이에서 주민들 곁에 있어온 상인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 자르듯 철퇴를 가할 수 있는 것인가? 애초 물물거래로 시작해 등록전통시장이라는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과정이 있었다. 그 과정을 무시하고 법과 불법 논리에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어찌됐건 선출직 구청장에게 바라는 점은 명확하다. “주민 사이에서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지역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달라”는 것, “직접 나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주민 가운데서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김현 기자 pgmhyun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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