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이 완전히 상반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정확하게 규정된 갈등에는 항상 합리적 해결책이 있다.” 이른바 ‘게임이론’의 가장 기초적인 논리다. 게임이론은 수학자인 폰 노이만이 창시했는데, 윌리엄 파운드스톤이 쓴 ‘죄수의 딜레마’에 이와 관련된 간단한 예시가 소개돼 있다. ‘케이크 자르기’다. 개구쟁이 아이들 둘이 케이크 조각을 나눠 먹게하는 최선의 방법은 뭘까? 부모가 제 아무리 조심스럽게 자른다고 해도 한 아이는 더 작은 조각을 가졌다고 불평할 게 자명하다. 이 때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한 아이에게 케이크를 자르게 하고, 다른 아이에게 원하는 조각을 고르게 하는 것이다.

 “첫번째 아이는 케이크가 똑같은 크기로 나눠지지 않았다고 불평할 수 없는데, 자신이 케이크를 잘랐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는 케이크 조각을 자신이 선택한 것이므로 불평할 수 없다.”<죄수의 딜레마·윌리엄 파운드스톤>

 대표적 이론인 ‘죄수의 딜레마’가 그렇듯, 게임이론은 이익의 갈등 상황에서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이론이다. “탐욕이 공정을 보장한다”는 믿음으로….



“탐욕이 공정을 보장한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도 게임이론을 연상시키는 구절이 있다, ‘산신당 두 거지’ 대목이다.

 소개하면 이렇다. “산신당에 의가 좋은 두 거지가 살았다. 둘은 의도 좋았지만, 밥을 빌어오면 먼저 산신님께 공궤를 잊지 않았다. 하루는 산신님의 아낙이 산신님에게 거지들께 보물로 보답하자고 권면했다. 산신은 도리어 불행을 경고했지만, 아낙이 졸라대자 좋은 구슬 두 개를 줬다. 두 거지는 좋아서 날뛰었다. 우선 술을 사다가 산신님께 치하하고 우리도 먹자고 했다. 하나가 술 사러 마을로 갔고, 남은 하나는 구슬을 독차지할 욕심에 계략을 꾸몄다. 그는 신당으로 돌아오는 동무를 때려 죽였다. 그리곤 좋다고 술을 마셨다. 그리곤 그도 죽었다. 술 사러 간 거지도 구슬을 독차지할 욕심에 술에 독을 탄 것이다.” <채만식 ‘탁류’>

 이익의 갈등 상황에서 선택은 두 가지다. 협조냐, 변절이냐? ‘죄수의 딜레마’가 가장 극명한 예다. 상호 협조에 대한 상금이 있지만, 혼자만 변절했을 때 차지할 수 있는 포상이 워낙 유혹적이어서 결국은 둘 다 변절하고 만다는….

 이 경우, 탐욕은 ‘공멸’이기 십상이다.

 

변절의 유혹, 그리고 공멸

지난달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이 ‘첫 관문’인 국방부의 타당성 평가를 통과했다. 광주시가 제출한 ‘광주 군공항 이전 건의서’에 대해 국방부가 ‘적정’ 판정을 내린 것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이전보다 상황이 진전된 건 분명하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간 이해의 갈등이다. 국방부는 이미 ‘기부 대 양여’ 방식을 제시한 마당이어서, ‘전남도 부지 제공-광주시 이전 비용 마련’이 전제조건인 상황이다. 양 지자체가 합의하지 않으면 군공항 이전은 불가하다는 얘기다.

 이럼에도 광주시는 ‘군공항은 전남으로, 국내선은 광주 존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득이 되는 건 못내놓겠고, 시끄러운 것만 보내겠다’는 탐욕에 다름 아니다. 전남도의 입장 역시 광주시 속셈과 다르지 않았다. ‘군공항은 못받겠고, 국내선만 보내라’는 식으로 응수해왔다.

 전형적인 게임이론이다. 양 지자체 모두 자기들 이익에만 충실했지, 합리적 선택은 결여돼 있다. 이래선 ‘공정’을 보장할 수 없다. 탐욕으로 ‘공멸’한 산신당 두 거지만 눈에 아른거린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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