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산하기관장 자리, 최대 10석이 공석이 돼 새 인물을 뽑아야 할 판이다.

 취임초부터 인사 잡음에 시달려온 윤장현 광주시장이 인적 쇄신 의지를 밝히며 물갈이에 나선 탓이다. 윤 시장은 최근 일괄적으로 제출받은 산하기관장 사표 9자리 중 7자리를 선별, 이를 수리했다. 광주도시공사, 광주문화재단, 광주여성재단, 광주도시철도공사, 광주신용보증재단,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광주시체육회 등의 기관장 및 임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각각 2월과 3월에 기관장 임기가 만료되는 국제기후환경센터와 평생교육진흥원은 이번에 반려됐지만, 1~2달 내 공석이 불가피하다. 각종 구설에 휘말려 스스로 물러난 광주교통문화연수원장 자리까지 더하면 기관장 공석은 최대 10석에 이르게 된다.

 윤 시장이 임기 중반 이렇듯 대대적으로 산하기관장 교체에 나선 건, 일종의 승부수로 해석된다. 임기 초반부터 비판이 끊임없었던 ‘절친·측근·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잠재우지 않고선 ‘후일’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라는 해석이다.

 사표 수리는 인적 쇄신의 출발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종착점은 어떤 인물을 발탁하느냐로 귀결될 것이다.

 윤 시장 역시 이같은 입장과 다르지 않아 “이번 산하기관장 물갈이는 측근인사·보은인사 부분을 해소하는 차원이며, 전국 공모를 통해 실질적으로 전문가가 일을 맡을 수 있도록 파격적인 인사를 하겠다”는 게 측근의 공언이다.

 쇄신이 말로만 되는 게 아닌 만큼 성과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그 방향성은 지켜지길 기대한다.

 덧붙여 ‘시민시장’의 정체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점을 조언하고 싶다.

 윤 시장에게 ‘시민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건, 그 자신 광주 토박이로 살아오면서 지역의 미래를 지역에서 고민해온 ‘내부자’임을 인정함이다. 출세해 중앙에서 요직을 감당하다 ‘말년에 고향을 위해 봉사합네’식의 ‘낙하산’들과는 차별화된 향토애를 높이 산 것이다.

 하지만 취임 2년이 지나도록 윤장현에게서 시민이 기대한 ‘시민시장’의 면모를 찾기 어려웠다. 정책과 시정 지향점이 선명하지 않았다. 시민적 역량을 높일 다음 세대 발굴·양성에 소극적이었다. 어쩌다 발탁한 인사들 역시 시민적 요구에 부응한 인물로 평가하긴 어렵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게 산하기관 인사였다. 측근·절친·보은이라는 용어가 관용어가 된 게 지금까지 임명된 산하기관장들의 면면이다.

 때문에 윤 시장의 이번 산하기관장 물갈이는 이같은 과오를 인정하고, 바로잡기 위한 결단이라고 믿는다.

 해서 당부한다. “주책없이 설레지 말지어다.” 윤 시장 측근들에 대한 고언이다. 빈 자리가 커보이니 ‘내 몫’이라는 기대감을 키울까 봐 노파심이 일어서다. 윤 시장이 이런 부담을 털어내야 능력 인사, 발탁 인사를 할 수 있을 테다.

 광주시는 전국적으로 공모해 전문가 등용을 공언하고 있지만, 지역의 ‘미래 세대’ 발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다. 광주에서, 그리고 자신의 분야에서 묵묵히 역할을 수행해온 일꾼들이 그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제공해주라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행정 시스템을 경험하고 정치적 감각을 키울 기회가 척박한 게 지역의 현실이다. 요행히 ‘시민시장’시대이니, 시민적 역량을 높일 기회 제공은 어쩌면 당연한 책무이지 않겠는가.

 큰 폭으로, 밀어붙이듯 이뤄지는 인적 쇄신이어서 갈등 기류도 감지되는 모양이다. 일괄 사표를 제출한 이들 중 일부가 반발하고 있어 후속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는 것이다. 애초 선별 수리로 알고 사표를 제출했는데, 몽땅 다 수용당한데 대한 배신감의 토로로 읽힌다. 구설에 오른 몇몇 때문에 전체가 매도당했다는 피해 의식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개인적으로 억울함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시민 입장에선 이해하긴 어렵다. 현 기관장 중 ‘측근·보은 인사’ 아니었어도 ‘내 자리였노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광주시 산하기관장은 ‘공직’이다. 박탈당한 이들이 반발하고, 탐하는 이들이 설레는 건 인사권을 사유화해온 지방자치의 왜곡된 병폐다. 설렘도 반발도 오롯이 시민의 몫이 되는, 그런 인사를 주문한다.

채정희 <편집국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