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운동기간 한 표를 호소했던 요로요로엔 당선 혹은 낙선 사례들이 대신 걸려 예전의 현수막 전쟁을 재현하고 있다.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감사 사례는 현실 정치에 임하는 각오가 짱짱하고,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낙선 인사에선 후일 도모가 비장하다.

 선거는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이벤트다. 정치를 직업으로 택한 이들에겐 수시로 맞닥뜨릴 기회이니, 당장의 승패를 떠나 미래를 준비함이 지혜롭다. 이때 필요한 게 이미지 관리다. 당선 감사 만큼 낙선 인사가 중요한 이유다.

 ‘이재명 같은 자를 경기도지사로 당선시킨 여러분, ○○○ 낙선 시켜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감사(?)는 낙제점이다.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진 자유한국당 소속 한 후보가 붙인 낙선 사례다. 유권자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있다. 투표권을 쥔 주권자들 상대로 싸우자는 꼴이니, 아마도 정치를 접겠다는 각오가 아닌 바에야 취할 수 없는 오만이다.

 함량 미달 정치인의 낙선, 결과적으로 유권자들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한다.
 
▲말이 맞거나, 말 탄 병사가 맞거나
 
 1592년 4월 임진왜란. 부산진과 동래성을 함락시킨 후 파죽지세로 북상하는 일본군의 한양 입성 저지를 명받은 장수는 신립이었다. 충주 탄금대 평야지대에 진을 친 신립은 결과적으로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고, 일본군은 열흘도 안돼 한양을 점령한다.

 신립 장군의 패배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호의적이지 않다. 정약용이 유배 가는 길, 탄금대를 지나면서 “신립을 일으키어 얘기나 좀 해봤으면, 어찌하여 문을 열어 적을 받아들였는지?”라며 탄식했을 정도다.

 험준한 조령을 포기하고 들판에서 적을 맞이한 전략의 실패라는 평가에 기반한다.

 하지만 신립은 당대 최고 장수, 자질 부족으로 몰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신립이 험준한 산악에 주둔하지 않고 들판에 진친 건 나름 이유가 있었다. 기마병 전술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신립은 북방 여진족과의 전투에서 기병을 이용해 승리한 경험이 많은 장수였다.

 일본군을 상대로도 자신의 장기를 앞세우는 건 당연한 전략이지 않을까.

 적에 비해 숫자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남한강을 배수진 삼아 탄금대에 주둔한 것 또한 ‘사즉생’의 결의가 담긴 전술로 평가할 수 있을 테다.

 그럼에도 적의 화력을 간과한 대목에선, 장수로서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조총이라는 게 어디 쏘는대로 다 맞는답니까?”(징비록)라는 인식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이미 조총수를 3열로 배치하는 전술로 격발 시차를 없애고 연속 발사가 가능한 전력이었다. 1열이 발사한 뒤 3열로 빠져 장전하고, 대기중인 2열이 발사를 이어가는 전술이다.

 이런 일본군의 화력 앞에 신립이 투입한 기병은 너무나 큰 표적이었다. 말을 맞추거나, 말 탄 병사를 맞추거나.
 
▲특정당 독식 “모두 민주당 때문”
 
 6·13지방선거 후 지방 권력은 민주당 일색으로 재편했다. 광역단체장만 놓고 봐도 전국 17개 지자체 중 대구·경북과 제주도 등 3곳을 제외한 14곳의 단체장을 민주당 후보들이 싹쓸이했다.

 ‘텃밭’이라는 광주·전남지역은 더하다. 광주는 광주시장, 5개 구청장 등 단체장 6명 모두 민주당이다. 게다가 광주시의원 23명 중 22명, 5개구 기초의원 68명 중 5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전남도 역시 도지사를 비롯, 전남도의원 58명 중 54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그나마 기초단체장은 덜한 편이지만, 그럼에도 22개 시·군 중 14곳이 민주당 소속 단체장으로 채워졌다.

 이제부턴 다 민주당 탓이다. 민주당 때문이거나, 그 당 소속 정치인 때문이거나….

 어떤 화살도 빗나가기 어려울 만큼 큰 표적이다.

 감출 수도, 피할 수도 없으니 어찌할텐가. 전투를 벌이지 않는 게 최상의 수다. 적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니, 유권자의 의중을 받드는 정치를 펼쳐야 가능할 일이다.

 이때쯤이면 “민주당 탓” 아닌 “민주당 덕”을 노래할 테지만. 그런데, 그런 날이 올까?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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