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학교는 모두의 유원지가 아닌, 학생들의 배움터입니다. 우리들의 학교를 지켜주세요!”

 서울에 위치한, 이화여대가 밀려드는 중화권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화권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관광객들이 대학 캠퍼스를 찾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일이냐 싶겠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단순히 몸살만 앓고 끝날 정도의 일이 아니다.



중화권 관광객들의 도를 넘은 행동

 중국 포털사이트의 한 유명 블로그.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이 운영하는, 이 블로그에는 사람들로부터, 매우 인기가 많은 게시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한국 이화여대생의 1000가지 포즈’라는 제목의 글인데, 그 글 안에는 이화여대 캠퍼스 안에서 촬영한, 무려 100명에 달하는 여대생들의 사진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진의 내용 또한 학생들의 일상이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해 찍은 것이 대부분으로, 중화권 남성들의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포털 사이트 내에만 이러한 게시물들이 수천 개가 더 있다고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도서관이든, 강의실이든, 어디든지 무단으로 들어가서, 창문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을 들여다보면서, 소란을 피우기도 하고, 마구잡이로 카메라를 들이대는가 하면, 자신을 촬영한 것을 알아챈 학생들이 항의라도 하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큰소리까지 내고 싸우기도 한다. 이화여대 경비 직원의 말을 인용해보면 하루에 못해도 15팀, 최소 50여 명 정도의 관광객이 무단 촬영을 시도하고, 그를 제지할 경우 학교 담벼락에 노상방뇨를 하는 등의 위해를 가한다고 하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중화권 관광객들은 왜 특히나 이화여대에 열광하는가?

 중화권 관광객들이 특히나 이화여대에 열광을 넘어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이화여대 주변의 상권이 한국관광공사가 홍보하는 주요 방문지이며, 중국 관영 CCTV 또한 인터넷을 통해서 이화여대를 `한국 9대 관광지’중 하나로 홍보하고 있다. 더 큰 이유는 배꽃을 뜻하는 이화(梨花)의 중국어 발음(리화)이, `이익이 생긴다’는 뜻의 중국어인 리파(利發)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학교·당국 마땅한 제지 방법 없어

 그러나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이들을 제지 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학교와 관광당국 모두, 이에 대처할 방법을 모색하기는커녕 `나몰라라’라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쁘니,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위와 같은 문제가 이화여대만의 것은 아니다. 아마 대부분의 대학들이 비슷한 상황에 쳐해 있을 것이다. 굳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일반인들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 전남대 캠퍼스만 하더라도,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이 매우 많다. 운동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늘진 벤치에 학생이 아닌 일반인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또 몇 사람들은, 휴대용 라디오로 노래를 틀기도 하고 낮잠을 자기도 한다.

 학교 도서관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전남대 같은 경우는 일반인 열람실이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2곳의 학교 도서관과, 각 단과대 전용 독서실에 들어가 보면 대학생도 아닌 이용객이 태반이다. 더군다나, 근처 중고등학교의 시험기간에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마구 들어와 공부는 하지 않고 떠드는 경우도 많다. 가끔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는 아이들도 있다. 이외에도 학교라는 공간에 학생 외의 일반인들이 출입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많다. 필자의 조심스러운 생각으로는 앞으로 더 심해졌음 심해졌지, 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국이 계속해서 대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손만 놓고 있는 다면, 대학이 배움의 전당이 아니라 공원이나, 산책로, 관광지 등으로 전락할 날이 그렇게 멀지 않아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교를 찾아주시는 여러 일반인들이, 학교를 좋아해주는 것은 감사하지만, 내가 만약 캠퍼스를 유원지 대하듯 할 경우에 학생들이 곤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주시고, 학생들을 위해 조금 더 배려해주길 바란다.

이진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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