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1일, 육군 22사단에서 터진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으로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장이 자신을 괴롭히던 이들을 조준사격까지한 것으로 드러나며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사고였다.

 이러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 4월7일 28사단에서 끔직한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의 사연이, 사고가 일어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세상에 드러나며 국민들은 임병장 총기난사 사건 때보다 더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이번 윤 일병 사망 사건은 그 경위를 천천히 살펴볼수록 더욱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올 2월 말 전입한 이래로 가혹행위를 당하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고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의 군대 내 문제라고하면, 내무반 내의 왕따 행위와 하극상 또는 해병대에서 행해지는 특유의 악습인 기수열외 정도에 대해서만 생각해왔다. 총기 사건 등의 큰 사고는 어쩌다 한번 뉴스에 나올까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군대는 특히나 폐쇄적인 집단이라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군대의 특성을 제외하고서라도, 군대의 이런 잔혹한 모습이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건 해당 지휘관들을 처벌하고 보직 해임부터 하고보는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이 있다면 처벌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지만, 처벌을 받는다면 진상 규명이 더욱 어렵게 되기 때문에 폐쇄적인 군대 특성상 사건의 은폐를 부추기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 드러난 윤 일병의 안타까운 사연에도 간부들과 관련자들의 축소·은폐가 문제 가장 크게 작용했고 결국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다. ‘군필자’남성들에게 군대 내에서 내부 고발이 잘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내부고발을 해보았자, 해당 부대장 선에서 좋게 끝내려고 하고, 상부에 알려지면 간부들 경력에 흠이 생기기 때문에, 책임을 회피하고 ‘좋은게 좋은식’으로 끝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둘째로 지적되는 이유는 소대장과 부소대장, 중대장은 여러 가지 업무 처리로 병사들을 관리할 여력이 없고, 그보다 더 높은 계급은 현장에 있기보다는 주로 자리에서 보고만 받는 실정이 한몫하고 있다. 옛말에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이라는 말처럼 초급 간부들이 장악하지 못하니 내무반 내에서 고참병사가, 밑의 후임 병사들을 장악하고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전문적이고, 우수한 인재들을 군 장교로 양성하기 위한 노력과 인사에 더욱더 신경 써야 하고,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 병사에서 행정담당관-보좌관-비서실장-장군-비서실장-보좌관-행정담당관-병사 같은 식으로 전달해오던 복잡한 방식에서 탈피해 높은 계급의 책임자가 자리만 지키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직접 현장에 상주하며, 본인이 알아서 결정하고 그 윗사람에게 보고하며, 결과에 대해서 장본인이 책임지는 신속한 처리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높은 계급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에도 윗 계급의 책임자들이 현장에 있었고, 병사들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었더라면, 또 신속히 대응했더라면, 윤 일병이 목숨까지 잃는 안타까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부끄럽게도 이러한 일은 이전부터 수 없이 있어왔다. 그때마다 정부와 군은 어땠던가?

 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자를 엄벌해 뿌리 뽑겠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군대는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군대의 고질병인 간부의 경력 걱정과 지나친 폐쇄성, 잘못된 리더십 행사가 고착화되고 있다.

 더 이상 말로만 잘못했다고 하고 막상 일이 벌어지면 사의만 표명하고 보는 그런 식의 수습행태가 반복되선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감시자가 돼야 한다. 그때만 분노하고 안타까워할 게 아니라 이제는 더 이상 군이 폐쇄적으로 문제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이 매우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간부 본인들도 알아야 한다.

 현재 연이어 터지는 군대내 가혹행위로 인한 사건으로, 군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면회하러 가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씁쓸한 풍경이다. 군이 이번 사건 사고를 통해 국방의 의무를 지는 군인들이 ‘막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각 가정에서 인재를 잠시 빌려 데려간 것이라는 생각으로 사병 관리에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이진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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