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평소처럼 그날 그날의 뉴스를 체크하다가, 그 어떤 곳보다도 투명해야할 국공립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엉뚱한 곳에 쓰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실, 기성회비에 대한 논란은 이미 수 차례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란 건 그때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래 기성회비는 수업료 이외의 시설비, 연구비의 명목으로 걷고 있는 비용이다. 필자가 다니고 있는 전남대를 예로 들면 등록금이 210만 원 정도라고 했을 때 수업료 약 40만원 정도를 제외하면 170만 원 정도, 수업료의 4배에 달하는 금액이 기성회비다. 한 학기마다 부담해야 하는 시설비라고 치기엔 어마어마한 이 금액을, 과연 어디다 부당하게 쓴 것일까?



그돈으로 교직원 스마트폰 사줘?

 첫째로 이번에 논란이 된 학교중 하나인 한밭대학교에서는 교직원 300여 명의 스마트폰을 일제히 바꾸고 그것도 모자라 명절 휴가비 2억9000만 원, 체육대회 경비 4000만 원, 교직원 가족의 건강검진비 7800만 원 등을 모두 기성회비로 충당했는가 하면, 경남의 창원대학교에서는 교수 56명이 골프를 친 비용 80만 원까지 모두 기성회비에서 쓰였다.

 부산 교육대학교도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연구비 명목으로 3000만 원 가량의 돈이 나갔는데, 정작 해당 교수는 연구 보고서조차 낸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들은 관행으로 이뤄진 일이었고, 그동안 기성회비에서 그렇게 했던 것을, 왜 갑자기 지금에 와서 뭐라고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말해 보는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필자가 굉장히 진지하게 의문을 품는 건 따로 있다. 기성회비가 시설비와, 연구비, 학업환경 조성비라면 학생들의 편의가 가장 그 중심에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들은 그 필요성에 의심이 가는 건물 짓기에 바쁘고, 더군다나 나같이 분할 캠퍼스에 다니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해당도 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남대 여수캠퍼스는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구 여수대학이었다. 이름만 전남대일뿐, 캠퍼스를 방문해보면 아직도 화장실을 비롯한 곳곳에 여수대의 로고와 흔적이 남아있고, 수시로 건물을 새로 짓고 있는 광주 캠퍼스와는 달리 여수는 과연 기성회비가 제대로 쓰이고 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건물 보수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않다. 심지어 컴퓨터가 절실히 필요한 과에서조차 그 수준이 가정에 있는 컴퓨터보다 못할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작년에는 전남대, 순천대, 목포대 등의 전국 국립대 직원들이 국립대 공무원 직원에 대한 기성회비 수당 폐지에 반발해 총장실에서 농성에 돌입한 적도 있었다. 월급의 20%를 차지하는 수당이 깎인 것에 대해 국비지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말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20%에 해당하는 그 금액은 상당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들이 20%에 해당하는 그 금액을 가지고 국비지원 확대를 요구하며 농성할 때, 전남대에서는 어땠던가? 시간강사 즉 비정규직에게 교육부가 권고한 최저임금도 무시하고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아 그들이 농성을 하게 만들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이 떠안게 만든 장본인들 아니던가?



국비 지원 확대 요구 `몰염치’

 다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들었던 수업만 놓고 비교하자면 소수의 몇 교수님들이, 전혀 학생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으로 강의를 하고, 심지어는 자신이 강의도 하지 않고 4학년 학생들에게 1학년 강의를 맡기고, 자신의 스케쥴에 따라 몇번씩이나 휴강을 하고 공식적인 보강기간에 보강도 해주지 않을 때, 차리리 몇몇의 비정규직 시간강사가 더 질높은 강의를 제공해왔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성회비는 명목만 그럴싸할 뿐 그 속은 검디 검다. 그런데도 심심치 않게 기성회비 비리와 논란이 터지는 전국의 뭇 대학교를 위해, 교수를 비롯한 정직원들의 20%를 위해, 학생들이 희생해야만 하는 정당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또한 이번에 뉴스에 나온 학교들은 다 경남권에 있었지만, 그 다음 타자가 우리가 아니라고 그 누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실제로 내가 입학하고 4년차인 지금 전국의 대학교들은 크게 달라진 게 없이 아직도 이 문제로 언론과 여론에서 매를 맞고 있으니 말이다.

 부디 학교에서는 자신들의 20%를 요구하기 전에 기성회비에 대한 20%라도 먼저 당당해졌으면 한다.

 또한 다른 것도 아닌 배움을 받는 학생들이 힘들게 낸 등록금으로 자신들이 유흥을 즐기는 학교가 더이상은 뉴스에 나오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진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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