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등교를 반대하는 주된층인 ‘부모’들의 항의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사실 '9시 등교'는 수면시간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이것은 단순히 잠을 좀더 자게 해주자기 보다는 ‘수면’이라는 인간의 당연한 기본권을 보장함으로써, 학교에서 학생들이 덜 졸게하고 더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반대하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자녀 관리가 어렵다’ ‘아이들이 나태해지고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 ‘늦어지는 하교시간’ 등이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재반박을 해보자면 첫째 ‘맞벌이 부모의 경우 자녀 관리가 어렵다’고 하는데 자녀는 보호해 주고 같이 나아가야 하는 존재이지 관리의 대상이 아니다. 그러므로 관리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내가 평소에 내 자식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었는지 내 교육법이 바른길로 가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자녀의 교육이 어려운것은 외벌이 가정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아이들이 나태해지고 시간 개념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등교시간과 상관없이 평소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았는가, 또 평소 개인의 태도와 성격은 어떠한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 부지런하고 시간 개념이 있는 학생이, 등교시간이 조금 늦춰졌다고 해서 갑자기 게을러지고 시간개념이 사라진다거나 평소에 시간개념이 없는 학생이 등교시간이 빠르다고 해서 부지런해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늦어지는 학교시간에 대한 반대이다. 물론 이것에서는 나 또한 걱정이 크다. 참고로 나는 고등학교때 저녁 11시까지 야자를 했지만,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하교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그러나 요즘 내가 밤에 잠깐 편의점 등에 가려고 나오면 그 늦은 시간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가뜩이나 흉흉한 세상에 몇살 언니, 누나인 내 입장에서도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제도를 제대로 다듬지 못한 교육당국의 탓이 크다. 애초에 학생들이 학교에 있는 시간을 줄이려고 생각하지는 못할망정, 등교가 늦어졌으니 하교도 늦게 하라는 고무줄 식의 제도는 시행하나 마나이기 때문이다.
또 등교시간 말고도 ‘야자 폐지’에 반대하는 부모가 대부분이라는 걸 생각하면 여기에는 부모의 탓도 있다. 그렇게 자녀의 하교가 걱정되었더라면 야자도 반대해야 정상인데, 공부는 억지로라도 시켜야겠고, 학교에 붙잡아둬야겠는데, 9시 등교를 반대할 마땅한 논리적 근거도 없어서 무작정 반대하는 사람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다.
냉정하게 말해서,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과 관계없이 의무이지, 그것이 부모라는 이유로 자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권리인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도의 대상이 되는 학생을 배제하고 학부모들끼리 교육 당국과 토론해 학생의 의견은 설문지로 끝내면서 학부모의 의견을 적극수용하는 교육당국의 태도는 옳지 못하다.
자식의 건강과 수면권보다 자식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학교에 잡아두려는 부모의 태도 또한 문제가 많다.
사실 글을 쓰면서 이점을 언급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정신이 번쩍들게 할 수 있다면 언급을 안할 수가 없어 미리 양해를 구한다. 자살률이 OECD 국가중 단연최고인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0대의 꽃다운 학생들이 안타깝게 목숨을 버리는 비율은 어마어마하다.
그중에는 학교폭력 문제로 안타까운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요즘에는 성적을 비관해 자살을 선택하는 비율이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에는 부모의 압박에 힘겨워서 극단적 선택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매우 촉망받고 좋은 학교에 다니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도 많다.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생명을 종이 한 장에 적힌 숫자 몇개들 때문에 버려야한다는 현실이 과연 정당할까?
우리는 단순히 9시 등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우리 교육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또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게 말하듯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라는 변명으로 자녀를 압박하는
엄마의 치맛바람이 불수록 내 아이가 더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지 학부모님들이 부디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이진희<대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