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커뮤니케이션 잉글리쉬(이하 글커잉)’는 전남대의 2013·2014학번을 대상으로 한 모의토익 의무화 제도이다. 제도 시행 후 모의토익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13학번은 장학제한을, 14학번은 장학제한과 졸업제한을 받게 된다. 이후 글커잉을 거부하며 등 학내에서 반발이 일자 본부는 14학번에게는 졸업제한만 두기로 했다. 이중제한이라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는 글커잉 관련 공문을 통해, 글커잉 시험을 강제하는 이유는 “사회 진출에 필요한 기본 역량인 토익 성적을 조기에 확보하도록 해 취업경쟁력을 제고하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즉 학술에 필요한 외국어 능력 향상이나, 말 그대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위한 영어실력 향상을 우선 목적으로 두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부차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향상보다 토익 ‘성적’을 우선에 둔 것으로, “토익에 대한 학습자들의 요구와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They study TOEIC, not English”

 장학·졸업이라는 재학생들의 학업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의 변화를 포함하고 있는 글커잉 제도는 2014년 3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갑자기’ 통보 되었다. 제도의 변화를 다루는 의사결정과정에 학생들이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많은 학생들은 본 시험이 치러졌던 2014년 4월 12일에도 어리둥절해 하며 ‘이거 진짜로 강제로 하는 거 맞냐’ ‘이거 안 보면 진짜 졸업 못하는 거 맞냐’ 등 갖가지 의문을 품으며 반신반의 한 상태로 시험장에 앉아있었다. 대학교에서 토익을, 그것도 모의토익을 “장학·졸업”이라는 철저히 학교가 권력관계의 우위를 두고 있는 부분을 이용해 ‘강제’로 보게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글커잉 시험은 ‘진짜로’ 시행되었고, “장학·졸업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시험에 응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다. 시험에 응하지 않는 학생들을 고려한 후속 대책이 전혀 없었던 상태에서 본부는 그때서야 대책을 마련하여 재시험을 시행하기도 했다.

 지난 해 용봉교지와의 인터뷰에서 전남대의 한 외국인 교수는 한국 대학교육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그들은 토익을 공부한다. 영어가 아니라”라고 했다. 실력이 아니라 당장의 성적을 잘 받기 위한 공부는 영어 의사소통 능력 뿐 아니라 모든 학습에 있어서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어째서 전남대는 ‘토익 시험’이 실질적인 영어능력 향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이 공공연한 사실임에도 특정 학번의 모든 학생들에게 모의토익 시험을 일괄적으로 강제하는 것일까.

 전남대는 매년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무리하게 국제화 지수를 높이려고 한다. 제도적 정비도 잘 안된 상태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유입하기도 하고, 본교 학생을 무리하게 외국으로 보내기도 한다. 몇 년 사이 본부 주도의 취업률 강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주의적인 비전 외에 자국 대학에 대한 별다른 비전이 없는 한국에서 지방의 국립대가 살아남으려면, 결국 취업률이나 국제화 지수를 형식적으로라도 높여 대학평가지수에서 괜찮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대학 또한 국가나 언론이 매기는 ‘점수’에 연연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시험과 그에 따른 성적위주의 교육의 폐해가 보여주듯이 이런 식의 구조에서 ‘실질적으로’ 무엇이 향상되었나는 중요하지 않다. 형식적으로라도 무언가를 했고, 그로 인해 성적만 잘 받으면 그 뿐. 이 과정에서 ‘무엇이 정말로 바뀌었는가. 무엇이 정말로 중요한가’라는 질문은 없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 그럴 겨를이 없다.



당장의 생존 앞에 잊어버린 질문들

 갈수록 불안정해지는 노동시장이라는 현실 앞에서 학생도, 대학도 어찌 할 줄을 모른다. 이것이 전남‘대학교’가 별다른 효과도, 실질적인 영어실력 향상도 없는 모의토익을 학생들 간의 차이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강제하는 이유이다. 또한 많은 학생들이 본부의 이 같은 결정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이유이다.

 몇 번의 시험만으로 영어실력이 향상되는가. 아무런 교육과정의 제공 없이 ‘시험’만으로 성적을 매기는 것이 공평한가. 공통된 과정을 함께 수강하고 시험으로 평가하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했을 때 과정의 불평등이 있지 않은가. 자신의 미래와 토익성적이 전혀 관련 없는 학생까지 성적·장학제한에 걸려 모의토익을 ‘의무’로 보고, 그것이 ‘성적’으로 남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대학교에서 사회와 자본이 요구하는 흐름을 비판하기보다 나서서 따르는 것이 과연 옳은가. 사회가 국가에게 시장성의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당당한 일인가. 우리는 생존에 치여 미뤄왔던 이러한 질문들을 던져 보아야 한다.

 지난 4월부터 학내에서 글커잉 제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을 반대하는 학생모임인 ‘글커잉을 거부하며’에서는 서명운동, 피켓팅,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서명운동 당시 약 800여 명의 학생이 동참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글커잉 제도는 학교 바깥으로 알려졌다. 글커잉의 요구와 서명을 학생처에 전달할 당시 학생처는 “학생들의 요구가 최대한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으나 최근까지의 대화과정을 볼 때 글커잉 제도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불편함과 의심 안고 또 시험장으로… 

 글커잉 관련 취재에서 한 학생은 “나는 모의토익 강제로 보기 싫다. 본부가 불이익 운운하면서 갑질만 안했어도 솔직히 별 반감이 안 들었을 것 같다. 본부는 학생을 그냥 관리 대상으로만 보는 거 같다. 좀 우습게 보는 거 같다”라고 했다. 우리가 지금 느끼는 불편함은 생존을 위해 취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박, 취업을 위해서라면 스스로의 시장성 즉 스펙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 지방대가 살아남으려면 대학평가지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강박을 피할 수 없음을 알기에 오는 불편함이다. 또한 이것은 한 대학의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시장성’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어도 형식적으로라도 높은 점수를 따라고 압박하는 구조의 문제가 아닌가. 열심히 스펙을 쌓아도 안정된 일자리가 없는 불안정한 노동시장이 문제가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도 온다. 이런 의심과 불편함을 안고 우리는 또 총총 모의토익 시험장으로 향한다.

*글커잉을 거부하며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opposenglish

서단비 <대학생·용봉교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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