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가 그야말로 ‘핫(Hot)’, 뜨겁다. 견과류 서비스로 인한 모 항공사의 회항 사건, 주차요원들을 무릎 꿇게 하고 폭행한 백화점 모녀 사건, 볶음밥을 손으로 가져왔다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종업원에게 먹인 대전의 음식점 사건까지, 매일 뜨겁다. 온갖 부조리가 봇물 터지듯 보도되고 있다.

 언급된 각 사건은 온 국민의 분노를 샀다. 부사장직이라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수많은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고, 몇백만 원을 쓰는 VIP라며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시키고, 손으로 가져왔으니 네가 먹으라며 일부러 떨어뜨린 음식을 먹이는 등 상당히 비정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필자 또한 사건에 분노했고, 가해자들이 엄중히 처벌받기를 기다리며 언론의 보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갑’과 `을’을 나누는 기준

 세 사건이 보도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갑(甲)이다. 주로 계약서 등에서 우열관계를 명시하면서 을과 함께 사용되는 단어로, 갑은 우월하고 을보다 더 높은 지위를, 을은 열등하고 갑보다 더 낮은 지위를 의미한다. 세 사건은 각각 가해자의 위치가 피해자의 위치보다 높았기 때문에 갑의 횡포, 갑질 논란 등으로 불린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대학생들은 오롯이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심각하다. 술에 취해 편의점에서 직원에게 잔심부름을 시키고, 외부음식 반입을 금지하는 카페에서 밥을 먹고, 영화관에서 시간이 지난 영화를 못 봤으니 환불을 해달라고 하는 등, 대학생을 힘들게 하는 갑의 횡포가 심각하다.

 대학생으로서 견디기 가장 힘든 갑의 횡포는 인력 자원을 둘러싼 점주와 아르바이트생 사이의 갑을 관계일 것이다. 1년 이상 근로자에게만 적용할 수 있는 수습기간을 적용해 초반에 시급을 적게 주거나, 한가한 시간에는 일을 쉬게 하고 그만큼의 시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근로 계약 당시에 언급하지 않은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등 부조리한 대우를 받기 일쑤다.

 부조리한 대우는 또 다른 부조리한 대우를 낳는다. 먼저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이 나중에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을 괴롭히거나 따돌리기도 하고, 부조리한 대우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면 모르쇠하고 무시하기도 한다. 취업 시장도 벗어날 수 없다. 아르바이트의 부조리가 은연중에 존재하고 그것이 하나의 관행적인 세태로 굳어졌다.



내가 `갑’이 된다면?

 아마도 이러한 갑의 횡포는 관련 법령을 강화하거나 을의 지위를 높여주는 것으로 해결될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강화된 법령 사이의 빈틈을 노리거나 지위가 높아진 을이 새로운 갑으로 둔갑할 수 있다. 누군가가 모 항공회사의 회항 사건 보도에 댓글을 달았다. “너희들도 조○○가 아니란 법이 없다. 누구든 조○○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이 댓글에 매우 공감한다. 을인 사람도 또 다른 을 앞에서 갑이 된다.

 갑과 을의 끝없는 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내가 당했으니 그대로 갚아주겠다’는 편협적인 사고보다는 ‘이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다’라는 마음으로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젠가 갑과 을이 마주하고 웃으며 함께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정설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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