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나는 두어 개 대학에 편입학 지원을 한 바 있다.

 주위에서는 `취업할 생각을 해야지! 대학을 왜 계속 다니냐?’는 우려와 질타가 있었지만 평소 인문학을 배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나는 예상외로 지원한 대학에 모두 무난히 합격할 수 있었고, 그 중에 한 곳에 등록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달 16일, 해당 ` ㄱ’대학교에서 편입학 예비소집과 편입생 수강신청이 있었다.



이른바 학과의 `갑’조교의 횡포

 나는 수강신청을 위해 학과 사무실을 방문했고, 나와 다르게 동일계열로 편입한 다른 합격자는 무난히 수강신청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동일계열이 아니었던 나는 고민하느라 시간을 약 10분 가량 더 소요했다.

 그러나 신입 조교는 그것이 불만이었는지, 아니면 질문을 하는 내가 귀찮았던 건인지 짜증 섞인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내가 수강하고자 하는 과목을 종이에 체크하고 나가자마자 학과 학생과 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전혀 뜬금없는 외모비하, 전적대학 비하 등등 욕을 듣고 있자니 납득할 수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 “혹시 제가 기분 나쁘게 한 게 있다면 죄송하지만 왜 내 욕을 하는 것”인지 물었다. 조교는 자신도 창피했는지 조용히 있더니 이내 “(네) 표정이 기분나빴다”며 “다른 학생은 수강과목을 빠르게 고르고 나가는데 그쪽은 왜 계속 앉아있냐”며 화를 냈다. 어이가 없던 나는, 인사 후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고 그 길로 학교 측 관련 부서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전화는 별 소용이 없었다. 한다는 말은 고작, “신입 조교니 학생이 참고 넘어가라”였기 때문이다. 학과에서 학생이 단지 조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데도 말이다.



학생 부당 처우 방관하는는 대학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내 주위 여러 대학 학생과, 해당 `ㄱ’ 학교 학생들에게 이런 일을 겪은 적 있는지 물어보게 됐다. 모든 과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학과에서 조교가 이유 없이 학생들에게 폭언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걸 알게 됐다. 호랑이 없는 굴에서는 여우가 왕이라더니.

 대학교와 교직원, 학생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다. 특히 교직원들은 자신들의 처우 개선 등을 위해 파업할 때, 학사 업무 처리가 멈춰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학생들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줬다. 이렇듯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학생들을 이용하면서, 정작 학생들이 자신들을 필요로 할 때엔 모른체 하거나 학생들에게 횡포를 부린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학교와 교직원 학생 사이에 균형이 유지될 수 있겠는가? 깊이 생각해볼 문제임에 틀림없다.

이진희<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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