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앞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님의 넋을 빕니다.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그 순간들 사이에서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일하고 있을 나의 동료들에게 작은 마음이나마 위로와 안부의 말을 전한다.

 지난 5월 25일 들불열사 기념사업회는 제 14회 들불상 시상자로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고 김용균님의 어머니 김미숙님으로 정하였고 시상식을 진행하였다. 들불상은 73년 광천동 시민아파트를 기반으로 시작하였던 들불야학의 7열사의 정신을 이어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등, 인권, 평화에 공로에 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미숙님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과 함께 산화한 이후, 광주 광천동을 기반으로 시작하였던 들불야학이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땅의 소외된 자, 차별받는 자, 고통 받는 자들의 옆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더 이상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 앞에서, 자식의 죽음에 대해 너무나도 잔인하게 그 어머니의 입을 통해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는 이 사회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까, 시상에 대한 축하의 말씀을 드려도 괜찮은 걸까. 많은 고민과 고민사이에서 시상식에 참여한 나는 축하할 수 없는 축하의 말을 전하였다.

 우리는 죽음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많은 화면들 속 어제는 아파트 공사장에서 누군가 추락하였다는 것을, 오늘은 고압전선을 수리하다 누군가 감전되었다는 소식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는 마치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한 나날처럼 그저 흘러간다. 작년 겨울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였다. 그리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그 화면 속에서는 24살 청년의 죽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죽음을 말하던 그 평범한 화면은 나에게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거대한 무기력을 말하고 있었다. 그 죽음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너무나도 흔한 죽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5월23일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명확히 밝혀내고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한 김용균 진상규명위는 서부발전사의 조사 방해 활동으로 잠정적으로 중단되었으며, 김용균의 죽음에 절규한 수많은 시민들의 외침으로 겨우 만들어진 ‘김용균 법’(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지난달 정부의 하위법령 개정안으로 그 의미마저도 퇴색되고 있다. 여전히 24살의 청년노동자 뿐만 아니라 해마다 2400명씩 김용균들이 세상을 등지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이 죽음들을 방치하고 생명과 이윤의 사이 저울질의 결과이다.

 정말 무기력하다. 2400명이라는 숫자가 숫자로만 남아있는 이 상황이 너무나도 극도록 기괴하고 부자연스럽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발을 더 내딛어야한다. 끊임없이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압박해야한다. 더 이상 생명이 이윤보다 경시되는 이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말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무뎌지지 말자. 희망을 잃지 말자. 우리에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상황에서 고민하고 모색하며 변화를 만들어가자. 다짐한다.
김설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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