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사람이 얼마나 될까? 파업에 참여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를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 “미친놈들”이라고 막말한 이언주 의원 사건은 직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구조적 모습을 잘 보여준다. 이언주야 국회의원 신분 때문에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지만 육체노동, 여성노동을 멸시하고 노조의 파업을 비난하는 천박한 노동관, 반 노동인권 시각을 가진 또 다른 이언주가 우리 사회에 널려 있다. 그 요인 중 하나는 제도교육에서 노동인권교육을 담아내지 못하는 현실이 크게 작용한다.



노동인권교육 없는 공교육의 참상

 우리 헌법 31조와 32조는 모든 국민은 교육을 받을 권리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2조는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한다’라고 그 목적을 밝히고 있다.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노동자이고 그 가족인 상황에서 민주시민으로서 노동조건과 권리가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교육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고 권리다. 대다수 선진국이 제도교육과정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철저하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제도교육에서 노동인권교육 현실은 어떤가? 노동은 사회적 분업과 협력을 통해 이뤄지는데 학생들은 경쟁 교육에 내몰려 노동인권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헌법에 노동3권이 있다는 정도를 숙지하는 수준이다. 그 결과 학생 대다수가 ‘노동자’ 하면 떠 올리는 것이 ‘거지’, ‘덜 배운 사람’, 막노동’ 등 부정적 인식이 주류를 이룬다. 그나마 진보교육감이 등장하고 지역에 따라 청소년 노동인권네트워크란 시민조직이 만들어지면서 특성화고등학교를 중심으로 노동법 교육을 해온 게 다행이랄까. 일반고로, 주제도 노동인권으로 확대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단발 계기수업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학생들은 산업체 파견 현장 실습제도란 악습에 동원돼 저임금 노동과 권리의 사각지대에서 시름하고 있다. 전주 LG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이나 광주 현장실습생 3명 중 1명이 전공과 불일치하거나 불법 파견에 노출되는 현실은 그 한 단면이다.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도 마찬가지다.

 교육과정은 교과서 문제만이 아니다. 학교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많은 비정규직 직종이 있고 차별이 심한 곳 중 하나다. 그 차별 사회를 학생들이 목도하면서 부정적 노동관을 배우고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과 차별에 대한 인식은 진보교육감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광주교육청의 초등학교 돌봄 노동자의 문제는 이를 잘 보여준다. 돌봄노동자들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광주교육청에서 농성을 했지만 고용을 유지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민주·인권·정의를 외치는 광주교육의 자화상이다. 지난 정부는 전교조조차 법외노조로 만들어 학교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는데 일조했다.

 이와 같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인 학교의 교육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이 이언주의 시각을 갖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교육혁신 노동인권교육으로!

 문재인 정부가 100개 국정운영과제를 선정하면서 4대 복합혁신과제로 중 하나로 교육·복지·노동 체계 혁신으로 인구절벽 해소를 들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은 취임 1호 명령 중 하나로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내놓았다. 구체적 방안을 지켜봐야겠지만 교육·노동 체계 혁신에서 노동인권교육을 정규교육과정에 담기를 바란다. 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 시절, 창의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미래 새로운 학교로 제시한 혁신학교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창의성과 협력은 주체의 권리가 보장될 때 제대로 발현된다. 노동인권교육이 필요한 이유기도 하다. 모든 직업은 가치가 있고 노동자는 권리가 있으며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는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는 교육으로 바로서야 한다.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바란다면 교육은 노동과 손잡고 가야 한다. 그것이 또 다른 이언주를 막는 길이요,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로 가는 지름길이다.

권오산<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정책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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