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필자는 영국 런던에 갈 기회가 있었다. 런던에 함께 갔던 우리 팀의 주제는 ‘미세먼지’와 재앙 수준에 이를 정도로 급박하게 변하고 있는 ‘기후 환경’과 관련된 정책을 보고 배우기 위함이었다. 당시 한낮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찍는 한국을 떠나 도착한 런던도 ‘더욱 덥고 건조해지는 여름’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지만 우리나라보다 높은 위도에 위치한 덕에 내내 섭씨 23도 정도의 가을 같은 여름을 만끽하였다.

▲런던의 공원들이 주는 교훈

 산업혁명의 나라, 런던 스모그 현상의 심각성을 설명하기 위해 굴뚝의 연기와 뿌연 하늘을 자료 사진으로 보여줬던 과거 교과서 속의 런던과는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실제로 영국은 1952년 석탄 연기에서 나온 아황산가스가 대기 작용에 의해 황산으로 돌변, 아이들에게 치명타를 가해 4000명이 사망하고 10만 명이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 지금은 살인적인 더위와 가뭄에 앞서 봄이 되면 어김없이 왔던 심각한 미세먼지로 인해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고 핸드폰 재난 경보를 수차례 울리게 했던 한국과는 달리 런던의 시민들은 한국보다 훨씬 덜 위험하게 자전거를 타고, 공원에서 자유롭게 앉아 이야기하고 야외 광장에서 물놀이 하는 아이들, 산책로를 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미세먼지와 온도 1°C를 낮추기 위한 대책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교통 정책, 도시 숲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국보다 땅값이 훨씬 더 높은 런던에 수십 개에 달하는 공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미 미세먼지의 방어벽으로 역할을 하면서도 사회·경제적 약자들을 위한 공적 공간인 도시 시설을 어떻게 확충할 필요가 있는지 중요한지 시사점을 던져준다. 런던의 공원은 규모 면에서도 한국의 그것과는 상상 이상이었고 햇빛이 있는 곳에서는 어디든 간편 도시락을 먹으며 일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누구랑 이야기를 나눌라치면 대부분 사적 공간인 카페를 찾는 한국과는 많이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결국,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 기반 시설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공적인 공간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개인들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비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

 광장에는 - 설사 그 공간이 몇 백년이 된 건물이거나 영국 여왕과 관련된 건물에서도 - 아이들이 수영복을 입고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것 외에도 광장에 품어져 나오는 ‘물’들은 공기 중 미세먼지를 삼킬 것 같은 청량감과 함께 아이들이 미세먼지의 최대 피해자 이미지가 아니라 광장이라는 공적 공간을 향유하는 주체로 보였다.

▲여성과 아이가 행복한 도시로

 “우리는 지금의 기후 변화는 단순히 ‘변화’가 아니라 ‘극단적’으로 본다. 이런 극단적인 기후로 인해 사회적 약자가 입을 피해를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런던 시청 공무원이 했던 말이다.

 기후변화 정책을 위한 대책 안에는 단순히 나무 몇만그루를 심고 자가용 등 차량을 줄여야 한다는 단편적인 대안과 아이디어로는 안된다. ‘극단적인’ 기후변화가 사회경제적 약자가 입을 피해를 우선 생각하는 런던처럼 도시 숲 정책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대안이면서 여성, 노인, 아동 등 사회경제적 약자가 맘껏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

 광주광역시 5개구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어 여성과 아동이 행복한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여성인 내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은 광주는 이런 곳이다.
백희정<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 상임이사>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