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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꼬집기]키 큰 나무와 교육의 성과
김재옥
기사 게재일 : 2019-04-29 06:05:01
 교육부가 얼마전 2020년 교사들의 성과상여금 지급방법을 변경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힘들고 기피하는 업무(예: 담임, 부장, 학폭 담당 등) 담당 교원 위주로 우수등급을 받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럴싸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학교를 1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교육적폐 1호로 꼽혔던 차등성과급을 없애지는 못한 채 오히려 악화시키는 것이다.

 교사-공무원의 성과급은 기업 실적에 따라 해마다 다르게 지급하는 상여금과는 다르다. 교사의 월급에 포함돼야 할 돈을 쪼개서 학교 안에서 차등해서 나눠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교사의 성과급은 S-A-B 등급으로 학교내 교사를 30-40-30%씩 강제로 구분해서 차등 지급하고 있다.

 실제 광주의 한 중학교에 2020년 교육부 지급방식을 적용해보자. 이 학교는 24학급이다. 담임이 24명, 학교폭력업무 담당 1명, 부장교사는 12명인데 이중 담임 겸 부장교사를 함께 맡는 학년부장 3명을 빼면 34명의 교사가 최고등급인 S등급을 받게된다. 이 학교는 정규직과 기간제교사를 합쳐도 44명이다. 더구나 정규직 교사를 기준으로 하면 총 32명 중 30명이 해당한다. 무려 90%가 넘는 비율이다. 교육부의 이런 지침은 처음부터 학교에 적용될 수 없는 지침이다. 학교현장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들었거나 아니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으로 학교 현장의 어려움을 외면하려는 것이다.

기피업무 성과금…교육 현장 몰이해

 또한 내용면에서 보면, 달리기 출발선에서 1, 2, 3등을 결정해주는 것과 같다. 교육부가 말한 담임, 부장, 학교폭력업무 담당 등은 이미 학년 초에 결정되는 것들이다. 성과를 높이려 하거나 분발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대상이 아니다. 출발선에서 그해 연말의 성과를 확정하게 된다. 이는 노력의 과정이나 실제 성과보다는 직무량이나 곤란도 만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성과급 유지를 주장해온 입장에서 조차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학생을 전제로 존재한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굳이 성과를 따지자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데 학생의 성장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고 그 성장이 누구만의 영향인지를 밝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학생의 교육적 성장은 즉각적이지 않다. 흔히 비즉시성이라 부르는데 교육적인 투입이 있었다고 동물적 반사처럼 효과가 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이것 성장이 나타날 때까지 다른 외적인 자극들과 끊임없이 섞여 무엇에 의한 결과인지 판가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적 결과에 관한 평가 척도는 타당성을 확보하기 곤란하다. 그래서 성과급을 결정하는 공정한 절차와 기준 마련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공정한 척도로 평가를 강행한다면 오히려 교사들의 업무와 조직에 대하여 부정적인 태도만 키우게 된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커졌다 /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고 말한 시인이 있다. 한 사람의 성장과 발달은 숲과 강물 모두의 역할이며, 어느 나무 어느 물방울의 영향인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박노해 시인의 이 성찰은 실제 교육현장에서도 옳다.

 학생의 변화는 특정 교사 어느 선생님만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담임선생님의 말씀이 변화의 스위치가 되었을 수 있으나 이것은 그 전날 국어시간과 체육시간의 울림이 이미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 있다. 또 전적으로 교사에 의해서 학생의 변화가 있었다는 것도 억측이다. 같은 반 친구 중에 키 큰 나무가 있어 또래에게 큰 영향 받을 수 있고, 어제밤 부모님이 행동과 말이 학생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유튜브로 본 방탄소년단의 멋진 공연과 말 한마디가 변화시켰을 수 있는 것이다.

외형적 기준 보상이 놓치는 것들

 교원의 차등성과급에 대해서 교사들은 10여 년 전 첫 등장 때부터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전교조, 교총, 교육감연합회 등 교육의 직접 당사자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해온 것이다. 심지어는 집단적인 거부와 발발 등을 해왔으나 올해도 강행하고 더욱 악화시키겠다는 것을 행정예고한 것은 교육부가 이 사실을 교육의 눈으로, 학교현장의 입장에서 사고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다.

 책을 많이 읽도록 한다며 책을 한권 읽을 때마다 칭찬스티커를 나눠주면 책을 정독하지 않고 책의 권수를 늘리려는 경쟁만 생겨나고 정작 책 내용에는 관심이 없어지는 것이 경쟁이 가진 위험 요소이다. 학생지도의 어려움때문에 생긴 보직, 담임, 학생지도 담당 기피현상을 교사의 차등 성과급 지급방식의 현금 경쟁으로 해결하는 것을 고집하는 건 교육부의 비교육적인 나쁜 정책이다.

 외형적인 성과에 기준한 보상은 교사들의 경쟁을 일으켜 교육활동과 학생들을 수단으로 삼아 진정한 보람과 교직의 사회적 존중감을 훼손한다. 교육이 어려워졌으면 학교를 교육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동기를 유발하고 더불어 키 큰 나무가 되는 협력적 분위기를 강화하기 위해 교사들의 불필요한 경쟁만 유발하는 성과급을 폐지하고 수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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