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모사를 통해 김원봉을 임시정부 통합의 사례로 소개하였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마침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다’고 그 집결된 힘이 결국 국군의 뿌리가 되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연설 의도와 달리 논쟁이 촉발되었고 연일 김원봉의 삶에 대한 논쟁이 번져가고 있다.

 덩달아 TV드라마 ‘이몽’도 화제가 되면서 논쟁의 중심에 섰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임시정부의 가장 굵직한 인물들을 정면에서 다룬 드라마라는 이유도 있지만 김원봉을 비중있게 다룬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더해졌다. 김원봉은 그동안 영화 ‘암살’, ‘밀정’ 등에서 다뤄지기도 했지만 김원봉의 삶이 아니라 의열단의 활동이 중심이었다. 반면 ‘이몽’에서는 김구와 더불어 독립운동의 주역으로서 큰 비중으로 다뤄진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겠다.
 
▲사회적 논쟁, 학교에서 다루기

 김원봉의 삶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학계를 통해 많이 밝혀져 있고 한편으로는 그의 활동과 서훈 여부에 대한 논란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우리사회 숙제로 남겨져있다. 교사입장에서는 이런 사회적 논쟁을 학교 교육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더 큰 고민이다.

 2016년 당시 박근혜정부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하면서 국방부가 제작한 홍보자료를 교육기관에 배부하려고 교육부에 협조 요청을 했던 적이 있다. 교육부는 사드 홍보협조 요청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내려보냈고 이 공문에 대한 반응이 교육이 논쟁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그게 3부류로 나뉘는데, 10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 공문 그대로 일방적인 사드 홍보자료를 학교로 보냈다. 4개 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을 학교로 보내지 않고 거부했다. 3개 교육청은 교육부 공문을 그대로 보내는 대신, ‘교사 재량에 따라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신문 등 언론에 보도된 반대입장도 균형있게 소개하라’는 조건을 달아 학교로 보냈다.

 교육이 사회적 논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논쟁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민주시민교육의 올바른 방향이다. 지식과 정답, 빠른 해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논쟁과 협력을 통해 사회적으로 더 큰 이익을 찾도록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위의 3가지 사례 중 마지막 3개교육청에서 발빠르게 민주시민교육의 원칙에 합의하여 학교에서의 논쟁토론수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물꼬를 내주었다.

 우리 주변에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뚜렷한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아 논쟁이 계속되는 사회적 문제가 넘친다. 이러한 논쟁으로부터 학생들을 귀막게하거나 특정 인터넷 사이트의 영향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교실에서 공개적인 논쟁을 통해 답을 찾도로 안내해야 한다. 김원봉 논쟁을 비롯하여, ‘선거연령 하향’, ‘대학입시 정시비율 확대’를 비롯해 5·18 망언이나 일베 망언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일까?’ 등도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논쟁수업의 소재는 사회의 다수와 관련이 있는 문제 중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누어져 있고, 그 어느 쪽도 분명한 정답이라고 보기 어려워야 한다. 의견이 나누어져 있는 대안 중에서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그러한 선택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해야 논의가 의미가 있다.
 
▲서울시교육청 논쟁토론수업원칙

 서울시교육청에서 민주시민교육 토론수업 활성화 계획을 수립하여 다음과 같은 논쟁토론수업의 원칙을 제시하였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에 기초했다.

 첫째, 강압적인 교화와 주입식교육을 금지한다(강제성의 금지). 학생에게 ‘올바른 견해’라는 이름으로 특정 이념이나 주장을 강제로 주입해서는 안 되며 학생 스스로의 판단 과정을 방해해서는 안된다.

 둘째, 논쟁 상황이 그대로 드러나게 한다(논쟁성의 유지). 학문적, 사회적 논쟁은 수업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 또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학생 스스로 판단할 수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 자신의 이해관계를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정치적 행위능력 강화).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회적 논쟁이 학생 자신의 이해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논쟁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입장을 분석할 수 있도록 하여 스스로 시민적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은 위 사례 중 학교에 중립성있는 자료제시를 택했던 마지막 사례에 포함되며, 광주시교육청은 공문 배부를 거부했다. 광주시교육청을 비롯한 몇 교육청들도 이후 국제심포지움이나 토론회 등을 비롯한 여러 의견수렴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아직 논쟁수업의 활성화나 논쟁수업의 원칙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사회적 논쟁 문제를 풀 수 있는 물꼬를 하루빨리 내길 바란다. 논쟁이 사라진 자리,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이 막말과 욕이기 때문이다.
김재옥<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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