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학부모 단체 등이 지난해 전국단위 학업성취도 평가, 즉 일제고사 부활에 반대했던 것은 교육현장이 성적지상주의에 빠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성취동기를 부여하고 보충학습 자료로 활용됨으로써 학교교육을 내실화할 수 있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명과 달리 실제로는 ‘성적 줄세우기’ 교육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

 한데 일제고사가 실제 치러지면서 그 우려는 여지 없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오는 10월13일 또 다시 전국의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치를 예정인데, 일선 학교 현장의 과도한 시험대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교과부가 일제고사 점수를 학교 내신성적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지침을 내렸음에도 수행평가나 중간고사 성적에 일부를 반영키로 한 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아예 일제고사 성적을 내신성적의 한 항목(10%)으로 반영하는 학교도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초·중·고교에서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한 갖가지 학사운영 파행이 벌어지고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방과후 학교가 일제고사 대비 문제풀이 반 형태로 운영되는가 하면 ‘0교시’ 수업도 예사롭게 이뤄지고 있다. 일제고사 시험 준비를 위해 중간고사 일정까지 변경하는 학교도 있다. 한 마디로 일제고사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마치 ‘성적의, 성적에 의한, 성적을 위한’ 학교교육을 보는 것같다.

 뿐 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학교들은 이 번 일제고사와 비슷한 시기에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는데, 다음달 초 추석연휴 직후에 치르는 학교가 많다. 추석연휴(10월2~4일)가 끝난 다음 주인 10월7~9일 사이에 중간고사를 치를 예정이다. 공교롭게 그 시기가 겹친 탓도 있지만 학교 측의 속내가 너무 뻔히 들여다 보인다. “연휴 때 놀지 말고 공부나 하라”는 협박(?)인 셈이다. 성적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우리 교육현장의 서글픈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학생들에게 시험의 굴레를 씌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마저 편히 쉬지도 못하게 하는 학교행정이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육당국은 지금이라도 교육현장에 대한 장학지도를 강화해 일제고사에 대비한 파행적 학사운영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각급 학교는 학생들이 추석연휴라도 가족들과 마음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중간고사 일정을 1~2주 연기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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