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한 달. 인사와 각종 정책에서 묵은 한이 풀린다는 호남의 환호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전남지역 출신 인재들이 이렇게 많았을까싶을 정도로 잇따른 발탁에 놀랠 지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이렇게 쉬운 것을 수년간 당해왔나싶으니 되레 허탈할 따름이다. 대통령 한 사람의 가치를 확인하니 문재인을 향한 시선이 더욱 따사로워진 게 요즘 호남지역 정서다.

 하지만 대통령이 한 지역의 대변자일 수만은 없으니, 호남의 기대만 마냥 부풀려선 안될 일. 그래도 이전 정권에서 당한 홀대가 워낙 극심했던 터라, 최소한 ‘회복’ 수준까진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문재인 정부 출범은 호남 정치 지형에도 변화의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6월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테다. 민주당과 국민의당간 경쟁적인 양당 구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선거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간 대결 구도로 치러진, 2006년 지방선거 후 10여 년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속한 집권 민주당의 호남 성적표가 1년 전 국민의당 압승으로 끝난 총선 때완 많이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와 호남정치 지형 변화

 지방선거, 1년 여 전이다. 벌써부터 후보들 이름이 오르내린다. 광주광역시장 후보도 예외는 아니어서 자천타천으로 여러 명이 거론된다. 최대 관심사는 현직인 윤장현 시장의 거취인데, 이미 재선 도전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취임 이후 전국 광역단체장 대상 평가에서 만년 하위권을 맴돌고, 인사 난맥 등으로 비판 여론이 비등했던 윤 시장의 재선 도전 가능성에 대해선 반신반의해온 게 그간 지역 정서였다. 그럼에도 최근 윤 시장의 재선 행보엔 부쩍 자신감이 붙은 느낌이다.

 이게 문재인 정부 출범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완 달리 호남의 이해를 적극 반영하면서 광주지역 현안들이 국정 중심으로 등장한 이후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광주시 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윤 시장의 존재감이 부각된 분위기. 문재인 후광 효과라고나 할까.

 대표적인 게 5·18과 광주형 일자리다.

 문 대통령이 취임후 5·18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5·18 헬기 사격 등 발포 관련 진상 규명 의지 피력, 옛 도청 복원 등 현안들을 일일이 언급한 뒤 광주시와 협의해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5·18 사업들이 탄력을 받게 됐다.

 윤 시장이 줄곧 주창해온 광주형 일자리도 문재인 정부가 주목하면서 재평가 분위기다. ‘노사 대타협으로 일정한 질을 확보한 일자리 창출’이 광주형 모델인데, 청년 취업을 국정 제 1과제로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이를 확산시킬 방안을 고민하면서부터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광주형 일자리 확산을 위한 실태조사 및 컨설팅 등 항목으로 3억 원을 반영한 건 이같은 의지의 산물이다.



감동적 인사·적폐 청산 과제

 재선을 꿈꾸는 윤 시장으로선 새정부에서 극대화된 광주시의 위상이 천군만마와 같을 터. 국민적 지지 여론이 높은 문재인 대통령과 눈맞춤, 새정부와 동행에 열중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후광 전략으로 읽힐 법 한데, 득일지 실일지는 따져볼 일이다.

 후광은 당사자는 빛나게 하지만, 바라보는 이에겐 역광이어서 그의 존재감을 상실케 함이 자연의 이치다. 문 대통령의 후광은 어쩌면 윤 시장에겐 역광일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인사만 봐도 그렇다. 문 대통령의 그것이 측근 배제, 참신한 인재 등용으로 감동과 스토리를 선사했다면, 윤 시장은 반대로 측근·비선 인사라는 딱지가 여전해 되레 초라해질 판이다.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과제인 적폐 청산-개혁 역시 윤 시장이 흉내내기 버거운 행보로 읽힌다.

 상대방의 빛은 마주선 이를 희미하게 묻을 뿐이니, 스스로 빛나야 한다.

 윤 시장이 불쏘시개로 삼을 만한 것들은 있다. 인물난으로 지지부진한 광주시 산하기관장 인사, 본청 공무원들의 갑질로 해석되는 산하기관 직원 성추행 사건 처리가 대표적이다. 감동·스토리가 있는 인선, 적폐를 청산하는 과감한 내부 개혁으로 이끌어야 가능할 일이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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