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전문가와 ‘앞산뒷산’ 탐방에 나섰을 땐 발아래 식물이 주된 관심사였다. 최근엔 수의사와의 산행이 잦다보니 예의 관심이 곤충과 동물로 전이됨을 느낀다.

 최근에 떠난 여름 휴가 한 자락, 지리산 둘레길 산동면 구간을 걸었다. 물론 그 수의사와 함께.

 그날도 폭염은 기세등등했다. 이런 날 산행이라니. 실없는 사람 취급 받기 좋은 날이었을게다. 그 큰 산 지리산에 인간이라곤 딱 우리 밖에 없는 듯한 느낌? 햇볕은 타오르는 불 같았으나 숲속 바람은 힘이 세서 열기를 내쫓고도 남음이 있었다. 시원하고 청량한 숲 속, 온갖 생명들의 여름 소나타가 소란했다.

 귀청이 떨어져 나갈 만큼 쉼 없이 울어대는 매미가 대표적인 소음 유발자.

 “근심 없는 생명들이네. 폭염에도 기세가 등등하구먼.”

 “무슨 소리, 삶의 마지막 절규로 들리는데.”

▲매미·잠자리 한 철을 사는 지혜

 수의사는 동물 박사다. 그렇게 곤충 학습이 시작됐다.

 매미는 7년을 땅속에서 굼벵이로 지내다 초여름에 부화해 나무 위로 날아오른다. 그리고 딱 여름 한철인 2달 정도 살다가 8월 중순 삶을 마친다고 했다.

 매미 뿐인가. 잠자리도 여름 한 철 곤충이긴 마찬가지. 그들 역시 이 계절은 생애 마지막 비행을 예약한 처지다. “거, 딱 죽기 좋은 날이네”이라는 듯이.

 그날 산행서 만난 곤충들, 예컨대 거미도, 개미도, 그리고 모기도 모두 한철밖에 살지 못하는 생명들이었다.

 “그들 삶의 전부인 이 여름이 하필 100년 만의 무더위라는 2018년이니, 시절을 잘못 만난 것 아냐?”

 수의사는 이 역시 “모르는 소리”라고 핀잔이다.

 선선하고 우중충한 여름이 아니어서 이들에겐 더없이 좋은 일생이라고.

 땀샘이 없는 이들인지라 그늘과 햇볕이 공존해야 좋은 계절이다. 더위는 숲 속에 들어가 피할 수 있고, 햇볕은 그늘밖으로 나와 맘껏 받을 수 있음이다.

 그렇게 그날 숲속에서 만난 곤충 대부분은 내년에는 볼 수 없을 생명들이었다.

▲삶을 쫓는 죽음, 죽음을 쫓는 삶

 나무에 앉아있다 낙하하고, 날다가 뚝 떨어지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그리고 썩어져 흙으로 돌아가는 삶이다. 그렇게 분해돼 다시 굼벵이를, 애벌레를 키우는 토양이 되는 것이다.

 해서 내년에도 그 숲속엔 매미가 울고, 잠자리가 날 것이다. 이 계절에 보았던 이들은 아니겠지만.

 곤충들은 이렇듯 삶의 끝자락에서 후세를 준비하고 있었다.

 인간들은 어떤가? 폭염을 쫓기 위해 엄청난 냉방을 하고, 전력을 피크치로 소비한다. 이렇게 뿜어낸 열기가 세상을 데우고, 내년엔 더 지독한 폭염을 부를 것이다. 이제 더 강력한 냉방이 필요할테고, 그래서 더 더워지고….

 ‘삶을 쫓아 죽음이 있고, 죽음을 쫓아 삶이 있다’는 가르침 <장자>이 이런 것일까. 100년을 산들, 한 계절만 살다간 곤충들보다 인간이 나을 게 뭔가?

 여름 한자락 숲속에서 뭇생명에 대한 예의를 되새기니, “폭염은 감내해야 할 팔자”라는 체념이 자연스럽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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