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일정으로 보면 10월에서 12월로 이어지는 하반기는 의회가 가장 돋보이는 시기다.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지방의원도 마찬가지.

 대정부질문-국정감사-예산안 심사로 이어지는 이 기간 정기국회 일정은, 시정질문-행정사무감사-예산안 심사 등 이름만 바뀐 형태로 지방의회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과도한 중앙 집중이란 현실에 국회가 모든 이슈의 블랙홀일 수밖에 없지만, 그 이면 지방의회 관련 뉴스가 어느때보다 눈에 많이 띄는 시기 역시 이 무렵이다. 사실 눈에 띄지 않으면 그게 더 문제다. 예의 하반기 의사 일정은 시민들의 삶과 직결돼 있는 탓이다. 한 해동안 자치단체가 실행할 사업과 예산에 대한 심사·의결권이 의회에 주어져 있음이다. 2019년 광주광역시 예산이 5조 800억 원(국비 포함)이었는데, 의회 동의없인 한푼도 쓸 수 없다.
 
▲의회 존재감 드러나는 시즌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선거 뒤 잊혀졌던 의원들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다. 의원들 처지에선 정치적 자산인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다.

 그래서 하반기의 정치 일정은 모처럼 관객들이 들어찬 객석을 마주한 무대처럼 여겨진다. 스포트라이트 속 의욕이 충만해져 무대에 오르니, 주연 맡은 의원들 공연이 개봉 박두다.

 실제 이 시기 “집행부를 상대로 발언·질문에 나서겠다는 의원들이 많아 교통정리에 애를 먹는다”는 게 의회 사무처의 하소연이기도 하다.

 매일 매일 쏟아지는 보도자료는 또 어떤가. 광역, 기초의원 가리지 않고 집행부 비판 자료 경쟁 양상이다.

 이처럼 연기자들 의욕이 넘치니 무대가 후끈하다. 그래서, 관객들은 즐거울까?

 연기력은 기본, 진정성과 호소력이 문제다.

 대본이랄 수 있는 각종 자료의 신뢰성이 생명이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시(구)정질문서, 보도자료라는 이름의 자료가 배포된다. 집행부를 질타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근본 자료다.

 그런데 이게 재탕·삼탕인 경우가 많다. 그동안 각종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모아 새로운 것인양 제기하는 자료들을 일컬음이다. 지적하고 이의 개선책을 끌어내는 게 의원들 역량일텐데, 재탕 질문에 대한 집행부의 답변은 뻔하다. “여러차례 언급된 사안으로, 여러저러 사정 때문에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의원 개개인 역량 평가 좋은 기회
 
 사실과 다른 자료도 많이 쏟아진다. 집행부가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자료를 의원실이 불쑥 배포하면 언론이 바로 받아써서 전파됩니다. 집행부에서 해명자료를 내도 시간차가 날 수밖에 없는데, 거의 반영되지 못합니다. 사실이 왜곡되는 것이죠.” 바로잡을 기회를 놓쳐 잘못된 정보가 가장 많이 양산되는 시즌이라는 설명이다.

 의원 개개인의 이권과 관련된 사업이 지역 현안으로 둔갑해 제기되기도 한다.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해 집행부와 예산 거래를 했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의회 권한이 커서 벌어지는 일이고, 강력한 유혹이다. 의원들 자질 따라 사업과 예산 쓰임새의 진폭이 이토록 크다. 그러니 알아도 되고, 몰라도 될 상황이 아니다. 유권자들의 심판이 빠진다면 ‘선거’를 통한 대의민주주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마침 그들이 배우인양 무대에 올라 열연중이다. 평가하기 딱 좋은 객석을 비워두지 말자. 허위 과장 재탕 등 무성의한 연기엔 질타를, 핵심을 제대로 찌르는 충실한 역할엔 박수를…. 그래야 자질 불량 배우들의 ‘커튼콜’ 재등장을 막을 수 있다.
채정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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