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못생겼어’가 뇌리에 박히는 이유

 제가 상담했던 한 여성이 있습니다. 유치원 때인가 삼촌이 ‘넌 못생겼어’ 라고 한 말이 머리에 들어와 나이 40이 다되도록 자기는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살고 있답니다. 못생긴 얼굴이 아닌데요.ㅠㅠ

 뇌는 단순합니다. 입력된 대로 반응합니다. 뇌는 컴퓨터와 같습니다. 컴퓨터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치면 사랑과 관련된 자료가 주르륵 나옵니다.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에서 입력된 정보에 그대로 반응합니다. 그 정보를 입력한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특히 아이의 뇌는 백지 상태입니다. 누가 여기에 그림이나 글씨를 쓰면 써진 대로 되어집니다. 아이는 판단하고 취사선택할 능력이 없습니다. 컴퓨터가 스스로 들어온 정보를 지울 수 없듯이 뇌도 들어온 정보를 지울 능력이 없습니다.

 

저항해도 그 정보에 지배당해

 들어온 정보는 대상과 상관없습니다. 예를 들어 삼촌이 ‘넌 못생겼어’하고 말할 때, 말한 삼촌은 사라지고 ‘못 생겼어’ 라는 정보만 뇌에 입력되어 박힙니다. 그리고 그 말이 모든 사람의 말인 것처럼 들립니다. 아이는 삼촌의 말에 대해 ‘나 보고 못생겼다는 건 삼촌의 주관적인 생각일 뿐 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하면서 거부할 능력이 없습니다. 뇌는 바보라서 들어오는 정보에 속절없이 당하게 되어있습니다. 갖고 놀기 쉽습니다. ‘넌 바보야!’ 하면 바보가 됩니다. ‘넌 못생겼어!’ 하면 못생긴 아이가 됩니다. ‘아냐!’ 하고 저항해도 그 정보가 쉽게 지워지지 않고 결국에는 그 정보에 지배당합니다. 마치 컴퓨터가 입력된 정보를 막지도 못하고 제거하지도 못해 온갖 쓰레기 정보가 쌓여 작동이 버벅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 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부의 쓰레기 같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여 뇌는 쓰레기 정보로 병이 듭니다.

 컴퓨터에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고 또 들어온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백신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우리 뇌도 그런 방화벽과 백신 프로그램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의 뇌에 그런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주는 사람이 바로 부모입니다.

 그 백신 프로그램 중 최고가 바로 ‘괜찮다’입니다. ‘괜찮다’는 있는 그대로의 수용입니다. ‘괜찮다’에는 ‘이쁘다’ ‘잘했다’등의 긍정적 메시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부모의 이런 반복되는 정보가 아이의 뇌에 입력이 되면 이 메시지들이 방화벽이 되고 백신 프로그램이 되는 것입니다. ‘넌 못생겼어!’ 하는 외부 정보가 들어왔을 때, ‘어, 내가 못 생겼나?’ 하고 잠깐 흔들리다가 어려서 부모가 준 백신 정보, ‘이쁘다’가 떠오르면서 ‘아냐! 난 이뻐!’ 하면서 바이러스 정보를 제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들이 ‘넌 안 돼!’ 해도 방화벽이 작동해서 ‘아냐! 난 할 수 있어!’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괜찮다’ ‘이쁘다’ ‘잘했다’ 백신을

 이렇게 부모가 방화벽과 바이러스 백신을 깔아줘야 하는데 반대로 아이의 뇌 컴퓨터에 바이러스 정보를 입력시키는 부모도 있습니다. 부모가 어려서부터 ‘못났다’ ‘한심하다’라는 바이러스 정보를 반복 주입하면 아이 뇌는 바이러스 먹은 뇌가 됩니다. 바이러스 먹은 컴퓨터는 어떤가요. ‘사랑’이라는 단어를 치고 엔터를 누르면 화면이 지지직 하면서 19금 성인 사이트가 뜹니다. 또 ‘가족’이라는 단어를 쳤더니 번쩍거리다가 엽기적인 폭력 사이트가 뜹니다.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먹은 뇌는 누가 ‘이쁘다’고 칭찬하면 ‘아닐 거야 아닐 거야’ 하다가 ‘놀리는군’이라는 정보가 뇌에서 뜨고 누가 ‘잘했다’고 하면 ‘그럴 리가 그럴 리가’ 하다가 ‘못 믿겠어’ 란 정보가 떠오릅니다. 바이러스 걸린 아이 뇌는 좋은 정보를 입력해도 나쁜 정보가 출력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부모가 있습니다. 아이 뇌 컴퓨터에 바이러스를 심어주는 부모, 아이 뇌에 바이러스 백신을 깔아주는 부모. 어느 쪽이신가요?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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