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차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국민대회'에 참석한 친박단체 회원과 시민들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며 탄핵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사진=오마이뉴스 ⓒ유성호>

 다행스럽게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17년 3월10일 인용했다. 탄핵 인용이 국가운영이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 최순실이라는 사인에 의해 된 것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지만, 다수의 국민은 촛불집회가 국민들의 의사를 대리적으로 표출하지 않았다면 현재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탄핵 인용은 촛불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촛불집회는 탄핵이 인용된 다음 날인 3월11일에 탄핵을 환영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무리 지었다.

 반면에 맞불집회는 비록 세가 약해졌지만 탄핵이 인용된 이후 탄핵 무효를 주장하며 지속적인 집회를 가지고 있다. 그들의 집회는 구속, 재판 그리고 형의 집행이 이루어질 때까지, 또는 다음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선출되기까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이처럼 민주주의 회복의 길을 열어준 탄핵에 대한 거부의 움직임이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보았을 때, 어쩌면 촛불집회는 종결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집회가 희원했던 최종적 목적인 건강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많은 시민들이 민주주의는 한 순간에 성장하는 것이 아니며, 일상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과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러한 노력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체계화 할 것이지 고민하고 있는 단계로 보인다. 그 노력과 결실은 대선 이후 상당한 기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오늘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맞불집회의 프레임 조작을 분석해봄으로써 촛불집회가 회복하려 했던 민주주의 회복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저들이 왜 태극기를 들고 나왔지?”

 ‘촛불’과 ‘태극기’는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에 등장한 대표적 상징물이다. 촛불집회의 상징은 오로지 ‘촛불’ 하나인 반면에 맞불집회의 상징은 ‘태극기’, ‘성조기’ 등으로 다양했다. 처음에는 태극기만 등장하다가 나중에 미국기, 이스라엘기, 십자가 등등이 첨가되었다. 맞불집회가 ‘탄핵반대’라는 특정한 구호를 외치기 전에 태극기를 들고 있는 것만으로 상당히 많은 메시지를 전달해버렸다. 촛불집회 참가자와 다수 국민들은 맞불집회 참가자가 ‘박근혜 초상’이 아닌 태극기를 들고 나왔을 때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면서 “저들이 왜 태극기를 들고 나왔지?”라는 의문을 이해하고 싶어 했지만 시원한 답을 얻기 어려워했다. 도대체 그들은 왜 태극기를 들고 나왔을까?

 박근혜 자체는 상징성을 크게 지니고 있지 못하다. 그녀는 박정희라는 상징물 안에서만 신비함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렇기에 맞불집회에 비록 박근혜 초상이 등장하기는 했으나 대표적 상징물은 아니었다. 국정농단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상당히 드러난 상황에서 박정희라는 상징물도 대항 프레임으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 못했다. 박정희는 단지 ‘근대화’와 ‘독재자’자라는 이미지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맞불집회에서는 태극기가 대표적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데, 태극기는 무엇을 상징할까? 여러분도 태극기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지 답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팔십 세 노인까지 바로 나오는 답은 ‘대한민국’일 것이다. 즉, 태극기는 국가, 민족 그리고 국가와 민족에 대한 애국심을 상징한다. 이는 ‘박근혜~태극기=대한민국=애국’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프레임은 아무리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이라 하더라도 창조되면, 제거하기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애국이라는 의미와 일치하는 바가 없지만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하여도 만들어진 프레임을 설득하여 제거하기 힘들다. 그들은 공식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한 것일까? 맞불집회는 법적 해결에 승산이 없자, 여론을 통해 촛불집회의 세력을 잠재우려는 목적을 지녔다. 그렇기에 ‘태극기’를 이용한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촛불집회에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촛불집회세력은 반 국가세력이며, 반 애국세력이다. 애국하려면 박근혜를 살려라!” 너무 자주 들어본 말이지 않은가? 이승만의 자유당 시절부터 현재까지 들어본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었는데, 그들도 이 프레임에 말려들었거나, 그들이 맞불집회의 주체였을 수 있겠다.

 

‘박근혜~태극기=대한민국=애국’ 프레임1

 촛불집회는 그 가치와 파급력이 컸음에도 강력한 프레임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다수의 국민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기로 인정하고 있었기에 특별한 설득력이 필요하지도 않았지만, 촛불은 단지 시민, 민주주의 정도의 약한 상징성만을 가졌었다. 반면 맞불집회는 사소한 것을 크게 만들기 위해 사건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프레임 전환 작업이 절실히 필요했다. 역사적으로 독재정권은 이러한 프레임 작업에 뛰어난 천재성을 발휘하곤 했는데, 구속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초원복집 사건은 프레임 전환작업의 성공적 사례이다. 그가 구속되어서 그런 것인지, 사건이 커서 그런 것인지, 시민의식이 성장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프레임 전환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맞불집회에서 태극기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국민들을 당황하게 했는데 다음으로 등장한 성조기는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정말 ‘멘붕’이 되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미국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이는 그들의 프레임을 과도하게 적용하려는 시도였고, 그다지 영민한 시도는 아니었다. 마음이 앞서서 발이 꼬인 경우랄까? 그들이 만들려고 했던 것은 ‘애국 프레임’인데, 그 프레임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자, 그들 마음에 애국을 상징하는 모든 상징물을 들고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즉, 미국기, 이스라엘기 등은 그들에게 뛰어난 전략이 있어서가 아니라 프레임오류로 보면 될 것이다.

 ‘미국기’는 무엇을 상징하는가? 여러분도 떠오르는 이미지나 개념들을 말해보라. 아마 우방, 자유민주주의, 한국전쟁 등이 떠오를 것이다. 아마 그들은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촛불집회는 불온한 세력, 좌파, 종북, 반애국 세력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프레임은 사실 3개의 프레임이 들어가 있으며, 그 프레임이 매우 밀접하고 정교하게 연결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데, 그들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프레임의 연결성을 충분히 고민하지 못하고 프레임 전환작업을 시도했다. 프레임 중 1번은 ‘미국기=우방국가=한국전쟁=북한’이다. 2번째 프레임은 ‘박근혜~태극기=대한민국=애국’이다. 3번째 프레임은 ‘촛불집회~좌파=북한’이다. 여기서 2번째 프레임은 ‘태극기’라는 상징물을 통해 성취되었다. 하지만 촛불집회가 좌파라는 프레임까지는 만들지 못했고, 그들은 그것을 만들고 싶어 안달했다. 그런데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것이다. 국민들에게 촛불집회가 좌파이며, 종북이라는 프레임이 설득되지 못했던 것이다. 미국기가 촛불집회가 좌파라는 것을 설득하기에 충분한 프레임이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기=우방국가=한국전쟁=북한’ 프레임2

 그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저와 대한문 앞에서 아직도 동일한 프레임으로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순교자’프레임을 들고 나온다고 한다. 아마 그들도 박근혜의 법적 처벌을 무의식적으로는 예측하고, 수긍하고 있나보다. 참 영민하다. 그들이 맹목적인 추종에서 벗어나 훤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과 한 개인으로서 정치인을 분리하고, 국가와 정치인이 다른 주체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프레임을 이해해보고, 그들의 프레임에 어떤 틈들이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자신의 생각을 절대화하고, 자신과 생각을 분리하지 못하는 것-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주장에 폭력을 가하는-은 자신과 국가 모두에 위험한 일이다.

정의석<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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