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대 대선 예비후보. 사진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예비후보.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전국에서 박근혜 탄핵과 사법처리를 외칠 때만 하여도 그 누구도 이처럼 대선이 가깝게 다가올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피어버렸다 비온 후 자취 없이 사라져버린 벚꽃 마냥 대선도 눈 깜박할 사이 지나갈 모양이다. 결과적으로 다행일지 불행일지 모르나, 그 어떤 대선보다 국민들에게 고민의 시간을 주지 않은 대선이 되었다.

 촛불집회를 마련했던 주최 측과 참여했던 시민들은 대선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국가시스템을 만들어야 다시는 국가적으로 불행하고 퇴행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를 토론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아쉽게도 대선이라는 이슈에 밀려 충분한 관심과 세력을 얻지 못했다. 국가의 정치적 의식을 고양시키고, 정치적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어버렸다. 아마 새로운 대통령이 누가 된다 하더라도 이런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며, 아마 또 다시 시행착오와 반성의 시간이 또 한 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충분한 고민의 시간이 부족하다 하여 이번 대선에 우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남은 기간 과거경험을 살펴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한다. 최소한 박근혜·이명박과 같이 사익을 위해 국가를 말아먹는 뻔뻔하고 무능력한 대표자를 뽑지는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는 이명박, 박근혜와 같은 정치인을 뽑을 가능성이 낮아진 것일까? 안타깝게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우리는 유사한 방식으로 사고하고, 유사한 실수를 다시 반복할 위기 앞에 서있다.

 

 이미지 따라 감성적 판단하면 실수 불가피

 

 우리가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미지에 따라 감성적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이 저지른 실수를 이성이 뒤처리하는 방식이랄까? 정치인은 연예인과 같다. 그들의 실체를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은 기획과 언론에 의해 만들어진다. 모 대선주자가 오래 전 예능프로그램에 나왔다. 그는 이후 국민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깨끗하다, 청렴하다, 뛰어나다와 같은 후광효과를 갖게 되었다. 난 우리나라에서 기득권층이 청렴하게 그 위치에 올랐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나는 의심해본다. 그가 정말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일까? 아니면 나는 방송이 만든 흥미로운 기획에 속은 것일까? 난 안타깝게도 방송도 믿지 않는다. 방송은 시청률을 먹고사는 장사치 정도라고 생각한다.

 투표가 가까워도 부동층이 상당수 있고, 특정 후보를 드러내고 지지하지는 않는 ‘샤이층’이 있다고 하지만, 이미 국민들은 누구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투표 결정은 대체로 바뀌지 않을 것 같다. 대선 후보들이 남은 기간 동안 그 어떤 정책을 내놓더라도, 그 어떤 선거운동을 하더라도, 토론회에서 그 어떤 모습을 보이더라도 큰 이변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훼손하는 일명 네가티브 공세일 것이다. 지금까지 핵폭탄 수준의 공격은 없었지만, 지속적인 잔 주먹은 꽤 주고받았다. 지금도 대선 후보들은 어디서 핵폭탄 급의 정보가 없는지 뒤져보고 있을 것이며, 상대방의 이미지에 작은 상채기라도 낼 수 있는 정보라면 소중하게 받아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잔주먹이 언젠가는 상대방에게 내상을 줘서 갑자기 무너지길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흑색선전도 상대방의 지지하는 지지자들의 감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미지의 힘은 크다. 우리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가지고, 가급적 신속하게 판단하려는 ‘인지적 게으름뱅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한번 형성된 이미지는 잘 변하지 않는다. 박근혜의 죄상이 상당히 드러난 지금까지도 박근혜에 대한 이미지는 끈질기게 살아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최소한 정보, 신속한 판단’의 오류

 

 우리가 짧은 기간에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는 두 번째 방법은 대선주자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보는 것이다. 정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지만, 그는 단지 특정한 정치이념을 지지하는 집단의 대표인 것이다. 그가 혼자서 독단적으로 정치를 할 수 없으며, 그 또한 정치시스템 안에서 한정된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가 속한 정치집단, 그의 정책을 체계적으로 입안하는 연구 집단, 그의 주변에 있는 국가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했던 실무자들이 누구일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 후보는 보수층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과거에 검증에서 실패한 보수적 인물들을 영입한다고 한다. 이미 그의 주변에는 과거 보수적이며, 구태적인 정치를 했던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아마 그에게는 그 정도의 오염은 깨끗하다고 여겨지는 모양이다.

 정치심리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은 코끼리라는 감정에 올라탄 기수라고 말한다. 우리 스스로는 이성에 따른 판단을 한다고 확신하지만 사실 감정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우리는 감정이 전하는 말을 들어줄만한 기회와 훈련을 거치지 못했다. 그것은 남은 과제이다. 그렇다고 지금 발아래 떨어진 불을 방관할 수는 없다. 최소한 감정의 폭주는 막아볼 필요는 있다.

정의석<인문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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