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냐오냐’ 키우다 ‘통제불능’ 초래

 아이를 동반하고 들어올 수 없다는 ‘노 키즈 존(No Kids zone)’ 가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매장에 들어올 권리보다 다른 손님들이 조용한 공간 또는 매장 고유의 분위기를 즐길 권리가 더 존중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탓입니다. 문제는 있지만 그래도 거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더 나아가 이제는 ‘맘충‘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엄마(mom)에 벌레 ‘충(蟲)’을 붙인 겁니다. 식당이나 카페 같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하는 아이들을 방치하는 엄마를 뜻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에나. 엄마들을 ‘벌레’로 보다니요. 어느 엄마가 자기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난리치는 걸 방치하겠습니까. 엄마가 말려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간혹 내 아이 기 죽이지 않겠다고 아이 행동을 제지하지 않는 엄마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엄마들 때문에 보통 엄마들이 덤터기로 누명을 쓰네요.
 
 ▲엄마를 ‘벌레’로 보는 세태
 
 기 살리겠다고 아이 방치하는 엄마들에게 충고를 해야겠습니다. 결론은 아이 기 살리다가 아이 망치기 십상이고 나중에 엄마가 큰 고생한다는 겁니다. 아이 ‘기’는 행동을 제지하냐 안 하냐에 상관없습니다. ‘기’는 원래 타고난 것입니다. 기센 아이가 있고 약한 아이가 있습니다. 기센 아이는 적당히 눌러줘야 하고 약한 아이는 적당히 키워줘야 합니다.

 기가 좀 약한 아이의 경우, 부모가 아이 행동 제지하지 않고 오냐오냐하고 지 멋대로 행동하게 놔두면 나중에는 집에서만 대장노릇하게 됩니다. 학교가면 자기보다 더 기센 친구들이 허다합니다. 학교에서 집처럼 멋대로 행동하다간 기센 아이들에게 눌려 금방 찌그러지고 주눅들어 생활합니다. 이 아이는 학교에서 기 못펴고 있다가 집에 오면 반작용으로 더 멋대로 하게 됩니다. 물론 기센 아이들도 기를 적당히 눌러줘야 건강하게 기가 발달합니다. 기를 제멋대로 쓰면 위험합니다.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신의 기를 잘 통제할 줄 알아야 건강하게 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조절 안 된 기는 공격성만 불러옵니다.

 제가 상담을 하면서 이런 경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엄마가 대학교 1학년 아들과 함께 왔습니다. 아이가 은둔형 외톨이처럼 생활하는데 엄마에게 함부로 한다고 데리고 온 겁니다. 상담 중에 엄마가 아이에 대해 설명하는데 갑자기 아들이 끼어들어 “××년아! 조용히 해!” 이러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놀라서 학생에게 야단치는 것도 까먹었습니다. 아들을 잠시 나가있게 하고 엄마에게 물어보았더니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끔씩 저렇게 욕을 한다는 겁니다. 왜 야단을 안치냐고 했더니 그저 오냐오냐 키우다보니 야단을 치는 게 어렵답니다. 엄마가 뭐라고 야단치면 아들이 더 큰 소리로 대들어 무섭기까지 해서 그냥 모른 척 넘어간다는 겁니다. 정말 막장 모자입니다. 아이를 통제하는 능력을 상실한 부모는 부모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어려서 그저 오냐오냐 하다가도 사춘기 시작 되면서 아이가 엄마에게 함부로 하면 그 때부터라도 아이를 엄하게 통제해야 합니다. 일시적인 거겠지, 나중에 나아지겠지 하고 놔두면 정말 통제 불능이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엄마들도 아이들 야단치는 것을 훈련해야 합니다.
 
 ▲밖에선 기죽고, 집에선 조폭마냥…

 상담을 하다보면 엄마에게 욕하는 아들 딸 데리고 오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차마 엄마는 못 때리니까 집안 기물을 부수는 아이들도 여러 명 만났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대개는 순한 애들입니다. 밖에서는 기죽어 살고 집에서는 조폭이 되는 겁니다. 이게 다 자기 통제가 안돼서 일어난 일입니다. 부모의 책임 중 하나는 아이 기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적절한 통제를 해주는 겁니다. 부모의 통제가 내면화되어 아이는 자기 욕망과 자기 힘을 통제할 줄 알게 되는 겁니다.

 아이가 너무 말을 안 들어 어쩔 수 없이 손 놓는 엄마나 아이 기 살린다고 방치하는 엄마나 모두 아이 키우느라 쩔쩔매는 엄마들입니다. 그런 엄마들에게 ‘맘충’이라는 단어를 붙이는 건 너무 잔인합니다. 비혼자나 딩크족이 늘어나는 시대에 무의식적으로 아이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분석해봅니다. 옛말에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노 키즈 존이나 맘충 같이 독박 육아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윤우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남평미래병원 원장·사이코 드라마 수련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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