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제는 회상하기조차 어려운 진리 혹은 봉사라는 목적은 잊어버리자.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 배출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목적만을 염두에 두자. 대학은 과연 후자의 현실적 목적을 추구하고, 달성하는가? 대학은 현대 사회가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데에도,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인성을 갖추는 데에도 그 역할을 포기하였다. 단지 입학생과 재학생을 이용한 교수와 직원의 생계유지가 그 최종적 목적이 아닐까? 다소 과격한 이러한 주장은 그동안 대학 내에서 관찰한 교수, 교직원의 모습들에서 기인하며, 최근에 시행된 강사법을 대하는 대학의 자세에서 확증할 수 있다.
 
▲대학 강의 절반 강사들이 맡아

 강사는 대학교육에 그리고 사회발전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을까? 강사는 대학교육에서 약 절반에 가까운 강의를 맡아왔다.(2011년 강사비율 45.3%, 2018년 29.9%) 교양강의의 경우에 강사의 비중은 더 컸다. 전공강의에서 강사들이 해당 전공의 중요한 전공을 맡았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것은 강사의 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중요전공은 교수들의 몫이었고, 교수들이 선점한 이후에 남은 강의가 배분된다. 주로 강의에 부담되는 과목, 덜 중요한 과목들이다. 마치 가부장적 사회에서 어른들이 먹고 남은 음식은 자녀나 종이 먹듯이 말이다. 강사들은 박사 과정에서 익힌 전문지식을 학생, 지역사회와 함께 논의할 장을 제공받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사회가 전문인력 양성에 투입한 자원은 대학 내에서 아무런 쓰임 없이 상실된다. 한국사회는 무엇을 위해 전문인력을 양상하고 배출하는가? 활용하지 않는 전문인력이란 결국 사회에 무능한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이 아닌가!

 강사법 시행을 꾸준히 준비하고 요구한 단체가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다. 노조요구의 핵심은 학기 단위의 강의배정이 아닌 일 년 단위의 강의배정과 교원으로 지위부여이다. 일 년 단위의 강의배정은 보다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기능하기 위한 것이다. 교원으로서 지위부여는 대학 내에서 대학교육에 대한 책임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노조의 찬란한 희망과는 달리 대학의 구조조정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장하기에 4년 전부터 해고된 강사는 전체 강사의 50%로 약 6만 명이 강사로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한다. 노조 나름대로는 정당성을 가지고, 수년간의 투쟁의 결과로 얻은 것이지만 노동조합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SOC에는 수조의 돈을 쏟아 붓지만 고등교육이라 할 수 있는 대학교육에는 눈곱만큼도 돈쓰기를 혐오하는 정부를 믿어야 했는지? 평소에 단체협상을 할 때 매년 시간 당 강의료 500원 올리는 것도 꺼려하던 대학을 믿어야 했는지? 그들의 무관심과 비정함을 믿어 선의의 정책을 제안하기보다, 그들의 무관심과 비정함을 이용해 현실에 안주했어야 하지 않을까?
 
▲“최근 4년동안 해고 6만여명”
 
 이런 제안이 참으로 비루한 제안인 것은 알지만 해고된 강사들이 알바를 하고, 카페를 하고, 공인중개사를 하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들은 정부와 대학 그리고 노조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사회 어딘가에서 자신의 생명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이어나가고 있을 것이다. 정부는 기존의 강사들의 강사유지를 위해 필요한 예산 2965억 중 288억만을 배정했다. 앞으로도 강사들을 위한 예산배정을 놀라울 정도로 증액할리는 없지만, 혹 예산이 지금보다 증액된다 하더라도, 해고된 강사들이 대학에 돌아올 가능성이 있을까? 대학에는 강사를 위한 자리는 없다.

 필자는 정부, 국회, 대학, 노조의 틈에 끼어 무참히 희생된 강사들에게 조의를 표한다. 그들이 추구했던 학자, 전문가로서 삶의 중단과 상실에 말이다. 그리고 그들이 대학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더라도 살 수 있는 조건이나마 마련해주길 원한다. 국가는 한 기업이 경영상의 문제로 부도가 나거나 폐업을 할 경우 이직 등을 위한 지원을 한다. 그런데 무려 전국적으로 강사 6만 명이 해고되었는데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가? 강사법과 관련된 모두 주체들은 이제 태도가 변하지 않을 대학에만 호소하지 말고, 이제는 해고의 고통을 몸으로 체험하고 있는 강사들의 지금-여기의 고통에 답해야 하지 않는가!
정의석<지역사회심리건강지원그룹 모두(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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