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물로 사자를 뽑는다. 멋있다고도 하고, 때론 신비롭기까지 하다고 한다. 숫 사자의 암컷을 유혹하는 우아한 갈기털과 새끼를 절벽에서 떨어뜨리는 비정함을 사람들은 교훈적인 것으로 승화해 받아들인다.

동물의 왕국에서 사람들이 가장 기대하는 풍경 역시 사자가 단체 사냥을 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영화나 다큐처럼 야행성인 사자가 낮에 사냥하는 일은 그렇게 흔치 않고, 요즈음은 연약해진 사자는 하이에나나 표범이 사냥한 것을 곧잘 빼앗아 먹기도 한다고 한다.

내가 고양이과 동물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가끔 길에서 마주치는 길 고양이들을 친구처럼 대하고 표범, 호랑이, 퓨마도 꽤 좋아하는 동물들이다.

그러나 어쩐지 사자한테만은 정이 가질 않는다. 축 늘어진 까만 고무 같은 입에 뱀 같이 차가운 노란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오는 모습을 보노라면 어쩔 땐 기분이 좋지 않다.

다른 고양이과 동물들 역시 대하기 무척 무서운 상대지만 그래도 일말의 정이라는 게 느껴진다. 냉정한 표범들도 자기에게 낯이 익은 사람이 오면 배를 보이며 애교를 떨기도 하고 때론 “갸르릉”거리는 특유의 애교 음을 내면서 은근히 친한 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소설 ‘정글북’이 아니더라도 표범이나 치타와 사람이 사귀었다는 이야기들도 유명한 동물기나 역사책에 흔치 않게 등장한다.

그런데 사자 이야기의 경우는 식인 습성을 가진 사자와 그를 추격해서 잡는 인간의 무용담 또는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인간에게 진 사자 같은, 비록 그곳에서 수없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은 사자가 있더라도 그건 이야기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사자의 이런 행위를 미워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인간이 의도해서 만든 행위지, 결코 사자의 의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주 보고 밥도 주니 그래도 좀 친해지지 않았겠나 싶어 가까이 가면 암사자는 몰래몰래 다가와서 갑자기 덤빌 듯 얼굴을 불쑥 내밀고는 누런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가끔은 앞발을 쳐들고 서서 제 분에 못 이겨서 바람소리가 날만큼 헛발질도 해댄다.

숫사자는 한술 더 뜬다. 자빠져서 그런 암놈들의 행위를 즐기고 맛있는 것은 제가 다 독차지한다. 그 놈은 아예 운동장 한복판에 누워서 사람들에게 조금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호랑이 수컷들은 절대 그런 법이 없다. 꼭 제가 나서서 먼저 얼굴을 내보이고 가끔 획 돌아서서 오줌세례를 날려 주기도 한다. 비록 냄새나는 오줌이 조금 묻더라도 결코 기분 나쁘지만은 않은 것은, 관심이라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타이거 마스크만 쓰는 이유 역시 강인함과 더불어 일종의 애교전략이랄 수도 있다.

사자의 특성은 원래 엄격한 무리생활하는 데 있다. 그리고 새끼 교육도 절벽 위에서 떨어뜨려 사는 놈만 골라 키우는 스파르타식의 엄격성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정이 없음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절벽 이야기도 진실과는 거리가 있다. 어차피 사자새끼들의 운명은 거친 야생에서 서너 마리 중 한두 마리만 살아남게끔 돼 있다. 동물원에서도 4마리나 되는 사자새끼는 정말 골치 아프다. 그리고 힘센 숫사자가 나타나 자기새끼들을 몰살시켜도 서로 눈 맞아 제 좋으면 그만이라니, 세상에 이런 비정한 부모를 두고 왜 멋지다고 하는 지 정말 모르겠다.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사회가 정말 무서워진다. 사자처럼 강력한 조직을 갖추어야 하고 비정해도 힘이 있는 곳으로 쏠리는 그런 분위기가 두렵다. 비정하고 다소 비 이성적이라도 물질과 권력 그리고 멋진 외모 앞에서 다 용서가 되는 사회, 나처럼 연약한 영양처럼 살아보려는 이에게 차가운 냉소만이 날아오는 이 ‘사자집단’ 같은 사회에 분명 난 부적응자이다.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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