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 지국장 구로다 가쓰히로 씨가 한국의 비빔밥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그는 신문 칼럼을 통해 “처음에는 야채나 계란 등 여러 재료가 밥 위에 아름답게 장식돼 나오지만 이것을 먹을 때는 맹렬하게 뒤섞어 처음의 색채가 사라지고 만다”고 비빔밥을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들이 광고 사진을 보고 비빔밥을 먹으러 왔다가 ‘양두구육’에 경악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비빔밥을 양두구육에 비유하다니….”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당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겉보기엔 아름다운데 먹어보면 별 맛 없는 일본 음식이야말로 진짜 양두구육”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 “비빔밥은 맛의 교향곡”이라고 ‘예찬론’을 펴온 그의 이같은 반격은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줬다.

 ‘양두구육(羊頭狗肉)’. 직역 하면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중국 청(淸)대의 속어집 ‘항언록(恒言錄)’에 나오는 말로 원래는 ‘현양두매구육(懸羊頭賣狗肉)’이다. 춘추(春秋)시대 궁중의 여인들을 남장시켜 놓고 즐기는 괴벽을 지닌 제(齊)나라 영공(靈公)이 궁밖 여자들이 남장하는 것을 금지하자, 그의 신하인 안영이 “이는 마치 소의 머리를 문에 걸어놓고 안에서는 개고기를 파는 것과 같다”고 간언했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걷과 속이 다르다는 뜻의 ‘표리부동(表裏不同)’과 일맥상통한다.

 요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가 꼭 그렇다. 말로는 ‘친서민’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부자와 대기업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해온 것이나, 입으로는 통일을 부르짖으면서도 강경기조를 강화해온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생태계를 파괴하고 강을 죽이면서도 ‘강 살리기’라는 포장을 내걸고 있는 ‘4대강사업’, 장관 딸 특채 파문 이후 부쩍 강조되고 있는 ‘공정한 사회’에도 ‘양두구육’ 냄새가 짙게 배어난다.

 정부의 복지정책은 또 어떤가?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을 설명할 때 김황식 국무총리의 ‘지하철 공짜표’ 발언만큼 좋은 예는 없다. 김 총리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왜 65세 이상이라고 무조건 지하철 표를 공짜로 줘야 하느냐”고 말했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를 ‘과잉복지’라고 비판한 김 총리의 이 발언 속에는 현 정부의 ‘능동적 복지’, 나아가 ‘선택적 복지’ 개념이 녹아 있다. 복지에 시장기능을 결합한 ‘시장주의적 복지’로 정권의 철학에 따라 충분히 채택 가능한 정책이며, 나름의 설득력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실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양두구육’일 뿐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날치기로 통과한 2011년 예산안에 그 실체가 드러나 있다. 정부·여당은 2011년 복지예산을 역대 최대규모인 86조 원으로 늘려 ‘친서민 예산’이라고 홍보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반서민’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예산안 중 복지분야는 여러 부문에서 오히려 2010년보다 줄었다. 복지의 기본인 기초생활 생계급여는 2조4459억 원으로 올해보다 32억 원이 감소했고, 노인요양시설 확충예산도 무려 72억 원이 잘려나갔다. 무슨 군사작전하듯이 폭력적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예산안에는 여야가 상임위에서 증액한 영유아 필수예방접종비 338억원, 양육수당 2743억 원이 통째로 잘려나갔다. 정부·여당이 불과 석 달여 전 “상위 30%를 제외한 중산층까지 영유아 양육비를 지원하겠다”고 기세좋게 발표했던 그 약속은 말 그대로 문밖에 걸어놓은 ‘소머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뿐 만이 아니다. 서민들을 위한 복지예산은 속절 없이 잘려나간 반면 이른바 ‘형님예산’ ‘실세예산’ 등으로 불리는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관련 예산은 수천억원 씩 반영됐다. 방학중 결식아동 급식 지원비가 단 한 푼도 반영 안된 마당에 미국 뉴욕에 고급 한식당을 설립한다며 50억 원을 반영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너무 슬프게 한다. 이 역시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관련 예산이라고 하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양의 머리를 내걸고 개고기를 파는 현 정부 복지정책의 이중성. 그 끝이 어디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오일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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