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의 그림자에 쌓여 / 이 한세월 / 그대와 함께 하나니 / 그대의 가슴에 / 나는 꽃처럼 영롱한 / 별처럼 찬란한 / 진주가 되리라 / 그리고 이생명 다하도록 / 이생명 다하도록 / 뜨거운 마음 속 / 불꽃을 피우리라 / 태워도 태워도 / 재가 되지 않는 / 진주처럼 영롱한 /사랑을 피우리라”

 1979년 발표된 윤시내의 ‘열애’다. 당대의 히트곡이라도 ‘반짝’하고 사라져버리는 대중가요들이 많은데, 이 노래는 꾸준히 생명력을 유지하면서 불린다. 특히 80년 대에 젊은 시절을 보낸 ‘7080세대’에겐 그 감흥이 진하고도 오래도록 남아 있다. 윤시내는 1980년대 히트곡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인기가수다. 특히 허스키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불꽃을 사르듯 열창한 ‘열애’는 그의 대표곡이다.

 사람마다 자기 몸에 맞는 옷이 있듯 노래도 꼭 그가 불러야 어울리는 게 있는데, 윤시내의 ‘열애’도 그 중 하나다. 적어도 이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고(故) 이태석 신부다.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8년 동안 의료봉사를 하다 지난해 1월14일 마흔 여덟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이다. 그의 아름다운 삶을 조명한 다큐영화 ‘울지마 톤즈’를 본 사람이라면 이 노래가 왜 그에게 어울리는 노래인지 그 이유를 알 것이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겨울, 이 영화가 있어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영화는 가을 어느 날 그가 경기도의 한 수도원에서 대장암 투병중 후원자들을 위해 ‘열애’를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암 환자의 얼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해맑은 표정으로 열창하는 모습은 이 노래의 또 다른 주인이 이태석 신부임을 느끼게 해준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노래실력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의 입을 통해 전해지는 슬픈 선율은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애틋한 노랫말이 그의 헌신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해 듣는 이의 가슴을 더욱 시리게 했다. 자신의 몸을 태우고 또 태워서라도 불쌍한 사람들을 돌보고자 했던 이태석 신부의 불꽃같은 삶이 ‘열애’의 노랫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987년 부산 인제대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출세와 부가 보장된 의사라는 직업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그 쉬운 길을 마다하고 다시 광주가톨릭대학에 입학했다. 2000년 부제서품, 2001년 6월 사제서품을 받은 그는 가족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아프리카로 향했다. 그가 찾아간 곳은 수단의 남쪽 마을 ‘톤즈’. 수단은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한 가난한 나라로 수십년 동안 내전을 겪으며 2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전쟁과 기아의 땅이다. 다행히 최근 내전이 종식됐지만 남과 북으로 나라가 쪼개지는 아픔을 겪고 있는 곳, 지구촌 사람들 어느 누구도 살기를 바라지 않은 버림받은 나라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는 그 땅을 스스로 찾아갔다. 2001년 12월부터 2008년말 말기암 진단을 받아 3개월여의 투병 끝에 선종할 때까지 8년 동안 이 곳 수단의 작은마을 ‘톤즈’에서 불꽃같은 삶으로 자신의 몸을 태웠다. 아무도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지다시피 한 한센병 환자들을 온몸으로 보듬었다. 발가락이 썩어 아무렇게나 생긴 한센병 환자들의 발 모양을 직접 그려, 꼭 맞는 신발을 만들어 신겼던 그다. 아이들에게는 전쟁과 가난에 지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악기를 가르쳐 훌륭한 브라스밴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강인함과 용맹함만을 믿기에 우는 것이 수치인 톤즈 사람들에게 ‘눈물’을 가르쳐준 이도 이태석 신부다. 부모 형제가 죽어도 눈물을 잘 보이지 않던 사람들은 ‘울지마 톤즈’ 제작진이 가져온 이 신부의 영정사진을 보고는 너나 할 것 없이 굵은 눈물을 쏟았다.

 “사랑해 당신을 / 정말로 사랑해 / 당신이 내곁을 떠나간 뒤에 /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오~”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우리노래 ‘사랑해 당신을’을 연주해준 밴드부 아이들의 두 볼에도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의 주인공 역시 이태석 신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어떤 꽃이 그가 피워낸 참사랑의 ‘불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오일종 <편집국장>

[드림 콕!]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광주드림을 구독하세요

저작권자 © 광주드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