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다. 해마다 맞는 6월이지만 올해는 느낌이 다르다. 오월을 보낸 마음이 다른 해보다 애틋하다. 왠지 오월에 머무르고 싶다. 이유가 뭘까?

 봄 햇살이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오월에 본 영화 두 편의 울림이 너무 컸던 탓이 아닐까 싶다. 하나는 ‘오월愛(애)’이고, 다른 하나는 ‘법정스님의 의자’이다. 새삼 ‘오월’과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게 해준 영화들이다.

 김태일 감독의 다큐영화 ‘오월愛’는 80년 5·18 민중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그 중에서도 ‘오월여성’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항쟁기간 시민군들이 총을 들고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아줌마들이 해준 ‘주먹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판단에서다. “역사를 움직였지만 역사엔 기록되지 않은 이들을 조명하고자 했다.” 그가 영화를 찍은 배경이다.

 “워매 워매, 도청 앞에 가보니 난리가 아니더라고…. 피 부족하다고 아우성이고 배 고프다고 난리고…. 그래서 쌀 얻으러 다녔제. 그 걸로 밥 해다 날랐고…. 다친 사람들 봉께 ‘이 놈이라도 먹고 일어나씨요’ 하는 마음이 묵어지등마.”

 영화는 오월여성들의 ‘주먹밥’ 얘기가 주를 이룬다. 항쟁기간 도청에서, 거리에서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먹였던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다. “밥이 없었으면 총도 들 수 없었음”을 말하고 있다. 오월여성들은 그러면서도 “총 들고 싸운 사람도 있는디, 밥은 아무 것도 아니제”라며 겸손해한다. 자신을 낮추고 감출수록 빛을 발하는 ‘참나눔’의 정신이다.

 평생 ‘무소유’의 삶을 살다 간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그린 ‘법정스님의 의자’ 역시 ‘나눔’에 닿아 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법정스님의 의자는 그가 17년간 수행했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참나무 장작으로 직접 만들어 사용했던 물건으로 ‘무소유’의 상징이다. 그가 떠나고 없는 지금도 불일암 토방 한 켠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스님이 입적한 뒤 불일암을 찾은 김에 한 번 앉아봤는데, ‘맑고 향기로운’ 그의 체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영화를 보면 그가 왜 그토록 아무 것도 갖지 않으려 했는지 그 연유를 이해하게 된다. ‘나눔’을 실천하기 위함이었다. 무작정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지되 필요한 곳에 나눠주라”는 나눔의 사상이 무소유의 삶 속에 스며 있었던 것. 그는 1970년대 말 ‘무소유’를 출간한 뒤 출판사로부터 처음 받은 인세 50만 원을, 생활고에 시달리던 고 장준하 선생 유족에게 봉투도 뜯어보지 않고 전달했다. 광주 충장로의 한 찻집이, 법정스님이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창구로 이용됐다는 사실도 영화에 소개돼 있다. 법정스님이 책을 출간해 얻은 인세 수익금의 대부분은 이처럼 ‘나눔’을 실천하는 데 쓰여졌다. 불교에서는 ‘자기가 쌓은 공덕을 중생들에게 돌리는 것’을 ‘회향(廻向)한다’고 하는데, 법정스님의 이런 삶은 ‘회향’의 사상을 실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영화를 보고 나면 ‘주먹밥’과 ‘무소유’가 결코 별개의 것일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둘을 연결하는 하나의 단어가 바로 ‘나눔’임은 물론일 터. 나눔의 마음은 나보다는 다른 사람에게로 향한다. 마음이 나에게로만 향하면 욕심이 되고 집착이 된다. 처음엔 뭔가를 이루기 위해, ‘나’ 안에 머물러 있던 마음도 그 것을 이루고 나면 밖으로 뛰쳐나와야 한다. ‘아침편지’의 작가 고도원은 ‘잠깐멈춤’이란 산문집에서 이를 ‘꿈 너머 꿈’이라 했다. “꿈을 이룬 후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꿈 너머 꿈’인데, 그 것은 ‘이타(利他)’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백만장자를 꿈꾸는 것이 단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싶어서’라면 그는 꿈 너머 꿈을 갖지 못한 것이다. 그런 사람은 백만장자가 된 후에도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한다”고 했다. 결국 고도원이 말하는 ‘꿈 너머 꿈’도 ‘나눔’으로 귀착된다. “꿈이 있으면 행복해지고, 꿈 너머 꿈이 있으면 위대해진다.” 고도원의 ‘나눔’ 철학이다.

 이렇게 되니 ‘주먹밥’과 ‘회향’ ‘꿈 너머 꿈’도 모두 하나의 단어 안에 묶인다. 바로 ‘나눔’이다. 오월엔 그 것들이 모두 있었는데…, 6월이 와버렸다.

오일종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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