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지자체의 모든 정책은 상대적으로 못 사는 사람들에게 그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 것이 주택이 됐든, 물가가 됐든, 교통이 됐든 부유층에게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지만 주머니가 얇은 서민과 저소득층에게는 대단히 민감하게 다가서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정책 하나하나가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 ‘삶의 질’이라는 단어마저 사치스럽게 들리는 게 이들의 처지다.

 초·중·고교의 ‘주5일제 수업’도 그런 경우다. 정부는 내년부터 매주 토요일을 ‘놀토(노는 토요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주5일수업 전면실시’ 방침을 최근 밝혔다. 정부는 주5일제 수업이 전면 시행되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선 교사들의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자기계발 시간어 늘어 능률과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학생들도 여유시간을 활용한 학교 밖 체험활동으로 창의력과 적응력을 키울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도 자녀와의 체험학습 기회가 늘어나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생활에 여유가 있는 가정에 해당될 뿐,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에는 ‘먼 나라’ 얘기다. 이들에게 자녀들이 한 달에 두 번 더 쉬는 것은 여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주말에 갈 곳이 사라진 아이들을 보낼 곳은 사설학원 뿐이며 결국 사교육비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 ‘토요 돌봄교실’을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와 특수학교로 확대하고 지역아동센터도 주말까지 확대운영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긴 했다. 한데도 이런 제도의 수혜자인 저소득층 가정의 반응은 차갑다. 지난 2004년 ‘놀토’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대부분의 학교에서 돌봄 프로그램이 운영됐지만 얼마 못 가 폐지됐던 전례가 있었던 탓이다. 돌봄교실이 제대로 운영된다 해도 참여학생들의 자부담 비율을 줄여주지 않으면 학부모들의 부담이 가중되기는 마찬가지다.

 결론적으로 저소득층과 ‘맞벌이’ 가정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상태에서의 ‘주5일수업’ 전면시행은 곤란하다. 현재 상태에서 주5일수업제가 시행되면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교사들의 노동시간은 줄지 않은 반면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교사와 학부모, 노동단체,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의 협의체를 구성해 ‘주5일수업 전면시행’에 따른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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