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대표적 놀이시설과 동물원이 있는 우치공원 입구에 살벌한 전쟁 무기들이 배치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육군 전차가 이 곳에 배치됐고 이번 주엔 장갑차가 들어온다. 이어 헬기, 전투기 등 여타 무기들도 전시된다고 한다. 이름하여 ‘안보 교육장’이다. 광주시가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소년에 대한 안보교육이 필요하다고 판단, 우치공원 입구를 호국 전시장으로 조성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생뚱맞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휴일을 맞아 자유스럽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놀이기구도 타고 동물도 구경하러 공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입구에서부터 그런 기분을 강제로 박탈하는 꼴이다.대신 공포와 두려움, 적개심을 이입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한마디로 적절하지 못하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과거의 쇄뇌식 반공교육은 무조건적인 적개심을 주입시켜 민족의 절반을 적으로 각인시켰지만 지금은 다르다. 요즘 아이들은 각종 문명의 이기들을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자라고 있다. 그러면서 스스로 자아를 정립하고 환경과 상황에 대한 판단능력을 키워간다. 폐쇄되고 한정적인 공간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사고를 통제했던 과거와는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이런 시대에 무시무시한 전쟁무기를 전시해놓고 아이들에게 어떤 생각을 갖도록 하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설혹 옛날의 경우처럼 북한에 대한 무조건적 적개심만을 키우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렇다고 안보교육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 아니다. 이는 학교교육을 통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설명하고, 남북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 영토와 주권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방법들을 토론하고 교육시킬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안보교육장이나 호국 교육장이 필요했다면 장소 선정에 보다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가장 평화스러워야 할 놀이공원 입구에 가장 상반된 분위기의 무기를 배치해놓는 것은 누가 봐도 적절치 않다. 어차피 이 곳을 찾는 아이들과 부모는 일상에서 벗어나 맘껏 즐기고 휴식을 취하기 위함이다.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해도 아이들에겐 하나의 장난감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우치공원 입구에 안보교육장을 조성하는 것은 평화와 사랑, 배려를 배워야 할 아이들에게 먼저 공포와 적개심을 심어줄 뿐더러 안보교육이란 취지도 살리기 어렵다.

 광주시는 무기 전시 계획을 즉각 중단하고 기존에 배치한 무기도 철수시켜야 한다. 안보 교육장이 꼭 필요하다면 다른 장소를 선정하면 될 일이다. 공원은 공원으로 남게 해야 한다. 이곳에 전쟁기념관은 어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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