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후보 시절 “대학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공약은 사실상 ‘공약(空約)’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한데 여당인 한나라당이 다시금 ‘등록금 인하’를 들고 나왔다. 4·27 재·보궐선거 참패 이후 민심수습 차원에서 꺼내든 카드다. 2012 총선과 대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선 시점이어서 그들의 처지는 더 절박해졌을 것이다. 어쨌든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당이 등록금을 내리겠다 하니, 또 한 번 속는 셈 치고 믿어볼 수밖에….

 하지만 엊그제 한나라당이 발표한 ‘등록금 인하안’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거기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할 대책을 정부와 합의도 없이 졸속으로 내놔 그 실현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 심지어 한나라당의 발표 직후 정부가 “합의된 바 없다”고 반박하는 등 당·정간 갈등양상으로까지 비춰져 국민들의 불신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

 2014년까지 총 6조8000억 원의 국가재정과 1조5000억 원의 대학조성 장학금을 투입해 지금보다 30% 이상 등록금을 인하하겠다는 게 지난 23일 발표한 한나라당의 안이다. 얼른 듣기에는 그럴 듯해보이나 뜯어보면 ‘눈가리고 아웅’ 하는 격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 발표 당시보다 등록금이 50% 이상 폭등했는데, 한나라당이 발표한 인하폭은 그간의 인상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이 약속이 지켜지기만 한다면야 학부모들의 허리가 조금은 펴질 것이란 기대를 해 볼 수도 있겠다. 문제는 그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 소요재원의 대부분을 국민혈세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으니 그 많은 재원을 어디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알 수 없다. 대학들도 한 해 5000 억 원 씩의 장학금 조성에 부정적이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불투명하고 대학들의 자체자금 마련 의지도 약한데 무슨 돈으로 ‘등록금 30% 인하’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획이 발표된 지 나흘이 지났음에도 국민들이 고개를 가로젓고 있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실천하지 않으면 한낱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대학등록금 인하가 실질적으로 이뤄져 학부모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도록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하기 바란다. 필요하면 야당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 여기에 당리당략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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