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소재 ‘캠프캐럴’에 미군들이 쓰다 남은 고엽제를 다량 매립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전국의 주한미군 기지 주변 토양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광주의 군공항 주변에도 의혹의 시선이 쏠려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토양 및 수질 오염실태 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가 언제인데,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조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광주 군공항 주변은 여태껏 조사에 나서지도 못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인 광산구가 이 달 초 국방부에 “정밀조사 해달라”고 요청한 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언제 조사가 시작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광산구의 요구를 국방부가 거절한 데다, 광산구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광산구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미군 주둔지 조사는 광산구가 해야 한다”고 회신을 보내왔다. 관련 법상 해당 지자체가 오염실태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인 것. 하지만 광산구는 국방부에 다시 공문을 보내 “국가사무인 국방사업으로 발생한 현안을 기초 자치단체에 전가하는 것은 ‘원인자 부담’ 원칙에 맞지 않다”며 정부가 직접 조사하거나 조사비용을 국비로 지원할 것을 재차 요구했다. 마치 국방부와 광산구가 ‘핑퐁게임’을 하는 듯한 모양새인데, 이러는 사이 주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이미 알려져 있듯 광주 군공항에는 1964년부터 30여 년 동안 미군이 주둔했다. 주둔지 면적이 120만㎡에 이르며 현재도 관리병사 20여 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근에는 4~5곳의 자연마을이 현존하고 있으며 주로 배추 등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이들은 지하수를 농업용수로 쓰고 있어 토양·수질 오염 가능성이 상존한다. 오염실태 조사를 더 늦출 수 없는 이유이다.

 조사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지, 비용을 누가 대야 하는지 등을 놓고 한가하게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광산구의 주장 대로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국방부가 조사를 진행해주면 좋겠지만, 현행 법상 해당 지자체가 하도록 돼 있다면 현 시점에서는 광산구가 서둘러 조사에 나서는 게 마땅하다. 조사에 소요되는 비용 1억여 원이 문제가 아니다. 우선은 주민들의 불안감부터 씻어주는 게 더 급해보인다. 그런 다음 불합리한 법을 개정하든 제도를 바꾸든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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