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막혔다. 그러나 끝난 게 아니다. 모든 걸 경제논리로 재단하는 신자유주의가 무섭다는 걸 새삼 느꼈다. 막으려는 자와 들어가려는 자의 대립으로 경남도의회 앞은 전쟁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몸의 전쟁이었고, 생각의 전쟁이었고, 정치적 속내의 전쟁이었다. 진주의료원 폐업 문제는 지금 이 나라 공공의료의 상징이 됐다.

 진주의료원 폐업을 결정짓는 경남도의회 본회의가 일단 열리지 못했다. 여야 대표의 협상은 결렬됐고, 야권 의원들의 격렬한 저지가 일단 진주의료원을 지켰다. 경남도의회는 18일 오후 2시 본회의를 열어 의료원 폐업(해산)조례안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본회의장 문을 걸어 잠그고 점거농성을 벌인 야권의원들, 의회 청사 밖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의 저지로 막혔다.

 의회 청사 앞에서 철야농성을 진행한 노조원 200여 명은 전부를 걸었다. 단지 밥벌이의 문제가 아니어 보였고, 이 싸움은 자본 중심에 맞선 공공의료 지키기로 읽혔다. 노조원들은 등원하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다. 담쟁이 같은 연대의 힘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전국 농민회 회원들에 의해 출입을 저지당하면서 총 39명 중 18명만이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본회의 개회를 위한 의결정족수는 도의회 재석의원 57명 중 과반수인 29명이다. 야당의원 11명의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다수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못하면서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가끔, 아니 자주, 사람이라는 게 부끄럽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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